반복되는 금융사고…이복현 "CEO, 내부통제 책임져야"

유진아 2023. 10. 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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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17일 국회 정무위 금감원 현장 감사
이복현 "금융사 너무 신뢰했던 측면 있어"
"상생 금융이 가계대출에 영향 미칠 수 없다"

"금융회사를 너무 신뢰했던 측면이 있어 앞으로 날카로운 시각으로 감독·검사에 임하겠다. 궁극적으로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위층의 판단 문제가 있다.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행태에 대해서는 CEO든 최고재무책임자(CFO)든 책임을 지우는 게 필요하다. 임기 동안에는 (금융사고) 적발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하고 관련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하겠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17일 6년 만에 현장에서 진행되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반복적인 금융사고 발생에 대한 금감원의 대응 미흡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같이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 BNK경남은행에서 발생한 30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최종윤 의원의 질문에 이 원장은 "금융회사를 너무 신뢰했던 것 같다"며 "저희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 동일인에게 모든 업무를 다 맡기지 말라고 얘기하고, 그런 경우가 있는지 경남은행에 확인 요청까지 했는데 없다고 회신이 오기도 했다"며 "금융사를 너무 신뢰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날카로운 시각으로 감독·검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경남은행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직원 이씨의 횡령 혐의가 적발됐다. 그는 투자금융부에서 2007년부터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했다. 대리, 과장을 거쳐 책임자급인 부장까지 맡았다. 그러면서 200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 사업장에서 77회에 걸쳐 총 2988억원을 횡령했다. ▷관련기사:'구멍 들여다보니 싱크홀'…경남은행 횡령 562억→2988억(9월 20일)

지난해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후에도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대해 "오랜기간 과유동성이 지속된 상황에서, 조금 더 흐트러진 윤리의식 내지는 이익 추구 극대화 현상이 표출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난해말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는데 향후 내부 인력 확충, 전산시스템 등 도입을 앞두고 과도기적으로 여러가지 사안들이 터지고 있어 조사, 검사 능력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은행, 경남은행, DGB대구은행, KB국민은행 등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내부통제 방안이 더 일찍 실행됐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우리은행과 경남은행의 횡령 사고는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있었다면 무조건 예방이 됐을 것"이라며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사고는 내부통제 인력이 확보됐다면 어느 정도 예방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은행에서는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로 127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이 지난 8월 적발됐다.

아울러 불법 계좌 개설로 논란이 되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적격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구은행의 불법 계좌 개설 외에도 모회사인 DGB금융그룹 지주 회장 관련 비리 혐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향후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한가"라는 꼬집했다.

이 원장은 "주로 대구은행 내부 문제점으로 보고 있고 추가적인 법리 검토를 통해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책임 관계도 점검할 계획"이라며 "근본적으로 대주주(지주 회장) 적격성에 문제가 있으면 지방은행조차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서 대구은행 내부통제 체계가 지방은행 자격을 넘어 시중은행으로서 책임을 질 정도까지 되는지를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대구은행에서는 직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1662개의 증권계좌를 고객 동의 없이 부당 개설할 사례가 적발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 원장의 상생금융 강조가 가계부채 증가를 이끌어 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복현 원장이 상생 금융을 시작한 이후 4월을 기점으로 가계부채가 반등했다"며 "이복현표 상생 금융의 수혜자는 고신용자뿐"이라고 지적헀다. 이어 "시중은행의 고신용자 중심으로 금리인하가 집중됐다"며 "서민금융보다는 고신용자 부동산 대출이 상생 금융의 수혜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실제 4000억~5000억원 정도로 은행권에서 상생 금융을 지원했는데 이만큼 가지고 가계대출(증가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비은행권 대신 은행권 가계대출 총액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의원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이 원장이 상생금융 관련 회동을 마친 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1%포인트 가량 인하했지만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상호저축은행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총액은 상생 금융이 시작된 뒤 10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면 비은행권 가계대출 총액은 오히려 5조원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 금리충격 막아주는 정책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관한 문제"라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비롯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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