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9) 세계유산이 된 마드리드 ‘빛의 풍경’
2023. 10. 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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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빛의 풍경'은 2021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유리온실로 지어진 건물 자체의 모양이나 내부 장식이 아름답지만, 특히 해 질 녘 석양이 크리스탈을 거쳐 호수 위에 반사되는데, 황금빛 물결을 보면 말 그대로 빛의 신비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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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약 30년 전 필자가 마드리드에 있을 때 가장 좋아했던 거리는 ‘빛의 풍경(Paisaje de la Luz)’이었다. 이 거리는 항상 낭만적이었다. 업무상 수십 번 마드리드를 방문할 때마다 이 거리를 걸었다. 바쁜 업무로 갔지만, 이 거리를 걸을 때면 잠시나마 일상의 번잡함을 잊을 수 있었다. 수백 년이 넘은 고목 가로수 수백 그루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모두 합쳐 200헥타르(60만5000평)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봄과 여름에는 길게 늘어선 삼나무의 그늘이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었고, 가을에는 낙엽이 쌓여 더 운치가 있었다.
‘빛의 풍경’은 2021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 3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유국가인 스페인이 가진 유산 49개소 중 한 곳이다. 공식 명칭은 ‘예술과 과학의 풍경’이다.
이 이름이 붙게 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이곳에는 16세기에 조성한 유럽 수도 최초의 가로수가 있는 거리이자 산책로인 파세오 델 프라도와 레티로 공원과 같은 풍부한 녹지와 자연환경이 있다. 프라도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등 3대 미술관이 한곳에 모여있고, 왕립식물원과 왕립 천문대, 왕립 언어 아카데미 및 과학 아카데미 등 과학과 관련된 시설도 운집해 있기 때문이다.
‘빛의 풍경’의 문화적 가치는 크다. 16세기에 유럽 최초로 수도 내에서 도시 계획으로 가로수 거리(알라메다)를 만든 공공녹지 공간이었다. 이 도시계획모델은 스페인의 아메리카대륙 정복과정에서 멕시코, 리마, 쿠바 등에도 수출됐다. 스페인의 전성기 유토피아를 남미의 도시 계획에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도시에서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왕실의 지배 대상에 불과했던 도시민들에게 자연이 어우러진 여가와 휴식 장소를 제공한다는 발상 자체에서 계몽주의의 흔적이 읽히기도 한다.
매년 이맘때쯤 가면 ‘빛의 풍경’ 거리는 형형색색의 단풍과 낙엽으로 가득 차 있어 낭만적이다. 3대 미술관도 들러서 예술작품을 감상해볼 만하다. 방문객이 꼭 가봐야 할 곳은 레티로 공원 안에 있는 팔라시오 데 크리스탈이다. 유리온실로 지어진 건물 자체의 모양이나 내부 장식이 아름답지만, 특히 해 질 녘 석양이 크리스탈을 거쳐 호수 위에 반사되는데, 황금빛 물결을 보면 말 그대로 빛의 신비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보다 색다른 장소를 원한다면 쿠에스타 데 모야노(Cuesta de Moyano) 언덕으로 가보라. 아토차역 근처 쪽으로 파세오 델 프라도 거리의 끝자락에 있다. 이곳은 약 100년 된 서점 거리이다. 약 30개의 노점 책방이 있는데, 최신도서부터 오래된 중고도서까지 다 갖추고 있다. 노점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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