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934만건 배달주문인데…주가는 바닥기는 '중국판 배민'

박수현 기자 2023. 10.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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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가 찾아드립니다.

중국은 배달 이용자의 천국이다. 커피 한 잔부터 중국식 샤브샤브까지 앱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로에선 캥거루가 그려진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업체인 '메이퇀'(美團)의 배달 기사다.

국내에선 코로나19(COVID-19)가 끝나고 배달앱 사용자가 줄었지만 중국은 여전하다. 대표 배달앱 관련주인 메이퇀은 오프라인 소비 회복 흐름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보인다. 그러나 주가는 고점을 찍었던 코로나19 시기와 달리 호실적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메이퇀은 전 거래일 대비 0.79% 내린 113.7홍콩달러(약 1만 9717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이퇀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16일 458.8홍콩달러(약 7만 9565원)까지 올랐다. 이날까지 메이퇀의 시가총액은 1조5000만홍콩달러(약 173조4286억원) 이상 증발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메이퇀은 2010년 설립됐다. 음식 배달 서비스로 시작해 호텔·여행 온라인 예약, 공유 자전거, 온라인 쇼핑 등 앱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홍콩 증시에 2018년 9월 상장한 메이퇀은 알리바바, 텐센트와 함께 손꼽히는 중국 IT기업이었다.

메이퇀의 주가는 코로나19와 함께 쑥쑥 자라났다. 상장 당시 72.9홍콩달러(약 1만 2642원)였던 주가는 2021년 2월까지 꾸준히 올랐다. 이때 고점을 찍은 메이퇀은 성장률 둔화와 수익성 악화 우려로 꾸준히 약세를 보이다 올해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주가는 연초 대비 35.92% 빠졌다.

메이퇀의 배달 사업은 주가 흐름과 달리 순항 중이다. 올해 2분기 메이퇀의 배달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6% 늘어난 54억건이었다. 하루에 5934만건, 1초마다 686건가량의 배달이 이뤄진 셈이다. 메이퇀에 등록된 활성 이용자 기준으로 가게는 1000만곳이 넘고, 배달 기사는 700만명, 고객은 2억명이 넘는다.

다른 사업부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2분기 메이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43% 오른 679억6500만위안(약 12조 5918억원), 영업이익은 46억8900만위안(약 8687억원)으로 흑자 전환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핵심 산업인 배달, 여행, 교통 등 부문의 매출이 39.21%, 영업이익이 34.83% 증가한 영향이 컸다.

신사업 부문에서는 적자를 줄였다. 메이퇀의 장보기, 공유 자전거, 보조 배터리, 식당 관리 시스템 사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4% 늘어난 167억6500위안(약 3조 940억원), 영업손실은 51억9300만위안(약 9621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전년도의 높은 기저에도 안정적인 수익률과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단 평가가 나왔다.

증권가에선 메이퇀에 대한 투자 위험 요소로 정부 정책을 꼽는다. 왕싱 메이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5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체제 비판적 요소를 담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한시를 올렸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메이퇀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34억4000만위안(약 6372억원)을 부과받았다. 언제든 정부가 규제의 칼을 들이밀 수 있다는 것이 중국 기업들의 사라지지 않는 리스크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며 소비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는 점도 주가 상단을 제한한다는 분석이다. 홍콩 증권사 안신국제의 왕팅 연구원은 "메이퇀 배달 서비스의 효율성 향상과 중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 쇼핑 사업부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면서도 "고객들의 소비력 약화와 업계의 경쟁 심화, 신규 사업에서 나오는 손실 등은 위험 요소"라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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