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가족도 힘들어…나쁜 애는 아닐 것” 성폭행 피해자에 합의 권한 판사

2023. 10. 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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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가 엄벌을 요청하는 피해자 가족에게 "피고인 가족도 힘들다"며 합의를 종용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건 후 피해자는 수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가족 모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정도로 고통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피해자 언니인 A씨가 재판부에 정 군을 엄벌해달라고 호소했지만 판사는 "피해자 가족도 힘들겠지만 피고인 가족도 힘들다"며 "피고인 나이가 어린데 합의해 줄 수 없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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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DB]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성폭행 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가 엄벌을 요청하는 피해자 가족에게 “피고인 가족도 힘들다”며 합의를 종용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KBS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 대구지방법원에서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정모(17) 군의 결심 재판이 열렸다.

정군은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인 피해자를 공원 화장실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후 피해자는 수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가족 모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정도로 고통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피해자 언니인 A씨가 재판부에 정 군을 엄벌해달라고 호소했지만 판사는 “피해자 가족도 힘들겠지만 피고인 가족도 힘들다”며 “피고인 나이가 어린데 합의해 줄 수 없냐”고 말했다.

합의 의사가 없다고 하자 “돈 받아서 동생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해 주면 좋지 않겠냐”며 “민사 소송을 하려고 합의를 안 하냐. 소송 비용만 들고 보상 금액이 적은데 지금 합의해 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정군이 정말 질 나쁜 애는 아닐 것”이라고 하거나 피해자를 향해서는 “지적장애인이니까 일반인처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검찰이 징역 6년의 중형을 구형했음에도 재판부는 형사처벌 대신 정 군을 소년부로 송치하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A씨는 지난해 7월 판사의 언행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당했다며 대법원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재판 진행이나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인과 해당 판사, 참고인의 진술과 공판 조서를 종합하면 문제의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법원행정처장에게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해당 판사는 법관의 재판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재판 절차나 소송지휘에 필요한 발언이 아닌 당사자를 모욕하거나 명예를 실추하는 발언·부당한 부담을 주는 발언은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법관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과 관련해 대법원 윤리감사1심의관실에 접수된 진정은 모두 17건이다. 하지만 17건 모두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나 징계 청구 없이 단순 종결됐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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