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기론’ 현실화에도…사람 없어 고심 중인 與
TK 인사 이만희 임명되자 다시 ‘영남당’ 비판
지도부에서는 “지역 안배 애써”
일각에선 “지형 넓혀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여파로 ‘김기현 지도부 체제 2기’가 꾸려진 가운데, ‘수도권 위기론’ 대응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당 핵심 사무총장직에 경북 대구·경북(TK) 인사 이만희 의원이 기용되며 여전히 ‘영남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현실적으로 여당 내 수도권 의원들이 부족해 지역 안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국정감사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사무총장직 임명에 대해 “지역 안배를 하려고 애썼지만, 현실적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수도권 중심으로 많이 배치하려고 김기현 대표가 애쓴 걸로 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 저는 선출됐으니 지역 안배라는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정책위의장은 중도 성향에 우리 당의 수도권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다. 정책위의장은 저하고 의사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며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많이 고민한 걸로 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울산 남을, 윤 원내대표는 대구 달서을로 두 사람 모두 영남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2.0%포인트(p), 더불어민주당은 50.7%p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최고치였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도는 서울(10.2%p↓)과 인천·경기(4.7%p↓)에서 큰 폭으로 하락해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16명에 불과하다. 이 중 초선을 제외하면 수도권 지역 의원 수는 8명으로 줄어든다. 4선 권영세(서울 용산구) 의원, 4선 김학용(경기 안성시) 의원, 3선 안철수(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의원, 4선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의원 등이다.
지도부에서는 ‘최선을 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가능하면 수도권 중심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겠지만,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라고 했다. 사무총장직을 맡기 위해서는 최소 재선에서 3선 의원에 당내 사람들과 소통이 원활한 인물이어야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현재 중진 의원 다수가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한계로 들며 “당에서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그룹, 중진그룹이 다 영남에 집중돼 있다”며 “인물을 선정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앞서 전날(16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명직 당직자들을 새로 선임했다. 신임 사무총장에는 이만희(재선·경북 영천시청도군) 의원, 정책위의장에 유의동(3선·경기 평택을)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에 김예지 의원(초선·비례대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는 김성원(재선·경기도 동두천시연천군) 의원 등이 임명됐다. 임명된 당직자들 중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는 경기 평택을의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경기도 동두천시연천군의 김성원 여의도연구원 연구원장 정도다.
지도부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지역 안배에 한계가 있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지형을 더 넓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사무총장에 이 의원을 임명한 것에 대해 “수도권에 사람이 없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그런데 사람이 없다고 해서 지형을 더 넓히지 않고 본인의 손바닥 내에서 쓰려고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사무총장 자리는 정말 중요한 자리”라며 “지역 안배를 염두에 둘 거면 수도권에 다른 좋은 선택지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비대위원회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개편을 피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임명직을 다 바꾼 것”이라며 “사무총장 임명 건은 좀 더 다르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수도권 현역 의원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피할 수 없었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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