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붉다 못해 파랗게 물들인 '10대 재즈 거인들'···日 애니 '블루 자이언트'

송태형 2023. 10. 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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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즈카 신이치 동명 원작 만화 '도쿄 편' 영화화
그래미상 수상 재즈 피아니스트 히로미 음악감독
재즈 밴드 연주만 30분··과장된 이미지는 인위적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일본 도쿄의 최고 재즈 클럽 ‘쏘우 블루(So Blue)’. 이곳에서 처음 공연한 10대 3인조 밴드 ‘재스(JASS)’의 무대가 끝나자 한 관객은 눈시울을 붉히며 “뜨겁고 강렬한 ’블루 자이언트’의 연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극 중 관객의 이 대사는 18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Blue Giant)'가 거의 끝나갈 시점에 나온다. 재즈 팬이 아니라면 잘 모를 듯한 영화 제목의 의미를 비교적 명확하게 전달한다. 본래 온도가 뜨겁게 올라 붉은빛을 넘어 푸르게 빛나는 별을 뜻하는 ’블루 자이언트’는 훌륭한 연주와 뜨거운 열정으로 무대를 압도한 재즈 연주자를 일컫는다. 말 그대로 재스는 무대가 붉다 못해 푸르게 보이도록 강렬하게 연주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스‘ 멤버들인 테너 색소포니스트 다이, 피아니스트 유키노리, 드러머 슌지는 18세 동갑내기 청년들이다. 극 초반부터 펼쳐지는 이들의 사연과 각자의 꿈에 공감했다면 이들이 ‘쏘블루’에서 펼치는 마지막 라이브 연주가 극 중 관객보다 더 깊은 ’블루 자이언트‘의 인상을 받았을 법하다.

영화의 원작은 이시즈키 신이치의 동명 만화 시리즈다. 도호쿠 지역의 중심도시인 센다이 편과 도쿄 편으로 구성된 1부, 다이가 독일 뮌헨으로 가는 2부, 다시 재즈의 본고장 미국으로 음악 모험을 떠나는 3부로 구성됐다. 영화는 이 중 도쿄 편을 스크린에 옮겨왔다.

일본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의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다이는 중학교 3학년 때 고향 센다이에서 한 재즈 공연을 보고 뮤지션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구체적으로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는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3년간 센다이 집 근처 강가에서 색소폰을 홀로 불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무작정 도쿄로 향한다.

우연히 한 재즈 클럽에서 탁월한 연주 기량을 발휘한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나 밴드 결성을 제안하고, 다이가 도쿄에 올라와 얹혀사는 자취방 주인인 고등학교 동창 슌지가 초보 드러머로 합류하면서 '재스'가 탄생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이들은 밴드 결성 초기에 ‘쏘블루‘ 앞에서 “10대가 끝나기 전에 이곳에서 연주하겠다”는 꿈을 품는다. 그 꿈을 실현할 기회는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생겼다. 성격과 재능, 실력 차이로 세 사람은 사사건건 엇갈리기 일쑤다. 그렇지만 재즈에 대한 열정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는 원작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인 다이뿐 아니라 유키모리와 슌지도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 이 세 명이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고, 때로는 충돌하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이 작품을 단순히 음악영화가 아니라 청춘영화로 비치게 한다.

‘쏘블루’ 공연 이틀 전 유키노리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오른팔과 오른손을 크게 다치고, ‘재스’는 피아니스트 없이 다이와 슌지만이 무대에 선다. 재즈 팬에게도 생소한 테너 색소폰과 드럼의 듀엣 편성으로 ‘위 윌(We will)’이란 곡을 연주한다. 이 곡에서 처음으로 드럼 솔로가 등장한다. 슌지가 갓 드럼채를 처음 잡을 때부터 그의 노력과 성장을 지켜본 관객이라면 극 중 다이의 표정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연주를 감상해볼 대목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이어지는 앙코르 무대. 병원에서 임의로 퇴원한 유키모리가 왼손 한 손 연주로 밴드에 가세한다. 연주곡은 유키모리가 밴드를 위해 처음 작곡한 ‘퍼스트 노트(First Note)’. 그는 왼손만으로도 다이와 슌지의 도움을 받아 피아노 솔로를 멋지게 해낸다. ‘쏘블루’공연에선 유키모리가 등장하지 않은 원작 만화와 가장 달라진 점이다.

단연 압도적인 연주는 센다이 강가에서 시작되는 극 초반부터 ‘쏘블루’의 피날레까지 이어지는 다이의 테너 색소폰 솔로다. 이 작품에서 다이가 블루 자이언트다.
원작자는 만화의 영상화 방법에 대해 TV시리즈나 실사 영화보다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고집했다고 한다. 이유는 극장의 음향 환경만이 원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재즈 라이브 연주를 구현할 수 있고, 배우(애니메이션은 성우)와 실제 연주자 사이의 갭을 줄일 수 있어서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그만큼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다. 미국 그래미상 재즈앨범상을 받은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가 음악감독을 맡아 전체 음악을 총괄하고, ‘퍼스트 노트’ ‘위 윌’ 등 이 영화의 오리지널 곡들을 작곡했으며, 3인조 밴드 중 피아노 파트를 연주했다. 다이와 슌지 연주자들도 엄정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고 했다.

음향 시설과 환경이 뛰어난 영화관에서 감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영화다. 다만 120분의 러닝 타임(상영시간)에서 30% 가까이 차지하는 라이브 연주의 영상화는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음악을 이미지화하는 게 다소 거칠고, 과장됐다고 느낄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예를 들어 다이가 폭발적인 음량으로 멋진 선율을 연주할 때 테너 색소폰에서 뭔가 발사되고 연주자들을 둘러싼 공기의 색깔이 바뀌기도 한다. 보는 이에 따라 음악과 드라마에 좀 더 깊이 몰입할 수도 있지만, 이미지에 신경이 쓰여 음악 감상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과장된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실사와 가깝게 보다 담담히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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