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오는 18일 이스라엘 전격 방문…NYT “엄청난 도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오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의 개입 등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고, 이스라엘의 과도한 공격을 견제해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막아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도 안고 있다. 접점을 찾기 어려운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놓고 “엄청난 도박”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고위 인사들과 7시간여 릴레이 회의를 마친 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일정을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지역, 세계에 중요한 순간에 이 곳에 올 것”이라며 “첫째로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이스라엘에서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과도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제거를 명분으로 가자지구 내 지상 병력 투입을 예고하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이뤄지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문 기간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란이나 레바논 헤즈볼라 등을 겨냥해 확전 억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위기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는 모든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에게 ‘하지 말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물, 식품 공급이 바닥난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환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이스라엘의 가자 재점령 가능성을 “큰 실수”라고 경고한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과도한 군사 행동 자제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인이 포함된 하마스의 인질 석방 관련 논의도 있을 전망이다.
여러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번 방문에 대해 “엄청난 도박”(뉴욕타임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날로 가중되는 가자지구 참상에 미국이 깊숙이 연계되는 것이 부담이다. 아랍 국가들 사이에선 팔레스타인에 대한 동정 여론도 힘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전후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나면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 정부 등을 설득해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 해소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관건이다.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허용할 경우 극우 연정 내 비판과 하마스에 분노한 대중으로부터 역풍에 직면할 것을 의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위한 국제기구 구호 물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협력하기로 이스라엘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힌 이후에야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연계해 공화당을 설득하려는 상황에서 이번 방문을 통해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무능한 이미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경호 관련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이스라엘 항공편 운항이 상당수 중단되고, 각국 정부가 전세기를 보내 이스라엘 내 자국민 철수를 지원하는 상황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 도중 공습 경보가 울려 벙커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기간 가자 내 지상 침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스라엘 군대에 군사적·작전적 조건에 대해 지시하는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지상군 투입이 없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면 방문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쟁 지역 방문은 지난 2월 극비리에 진행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방문 이후 두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모두 10차례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 있고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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