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직 '구조조정' 대상 된 정보과…정보기능 약화되나
현장 투입 인력 보충 목적…일선서 정보과 광역정보계로 통합
조직 안팎에서 경찰 정보기능 축소 우려 목소리 나와
반면 조직 내 개편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경찰청이 현장 치안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정보과 축소에 대해 조직 안팎에서 다양한 우려가 나온다. 이번 개편으로 경찰 정보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조직 내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는 엇갈린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18일 △전체 경찰관서에 범죄예방대응과 신설 △경찰관서 관리기능 인력 감축, 치안현장으로 재배치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 운영 등 내용이 담긴 현장 치안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부산경찰청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관내 동향과 집회·시위, 첩보 파악 등 기능을 수행해 온 공공안녕정보과는 이번 개편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됐다.
부산경찰청 공공안전부 중 공공안녕정보과와 외사과는 통폐합돼 치안정보과로 재편된다. 뿐만 아니라 각 일선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가 3개서를 제외하고 모두 사라지고, 부산경찰청 소속 '광역정보계'로 통합 운영된다.
부산 15개 경찰서마다 존재하던 정보과가 부산경찰청과 사상서, 해운대서 등 6곳을 거점으로 하는 광역정보1~6계로 재편되는 것이다. 일선서 정보과는 집회·시위 수요가 많은 연제서, 부산진서, 중부서에만 존치된다.
이 같은 개편은 범죄 예방과 현장 치안 강화를 위해 행정·관리 업무 인력을 줄이고 현장 투입 인력을 보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개편안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면서 갑작스러운 큰 변화를 맞게 된 조직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선서 A경감은 "광역정보계로 간다고 해도 현재 일선서 정보관 인원은 확 줄어들 것. 예상하지 못한 개편 방향"이라며 "정부의 현장 치안 강화 한마디에 모든 일선서 정보계가 순식간에 풍전등화 상태가 됐다. 경찰조직의 구조조정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B경정은 "대부분 정보관으로만 오래 일해 온 경우가 많은데 다른 기능으로 가라고 하면 좋든 싫든 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간부급은 다른 부서에도 자리가 잘 없어 당장 내년부터 갈 곳을 잃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정보기능이 축소되면서 조직 내부적으로나 사회적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보경찰이 수행해 온 시민·지역사회와 경찰 사이 완충과 지역 밀착적인 정보 파악 역할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경정은 "지역 가장 밑바닥에 있는 생생한 정보를 발로 뛰어 수집하는 건 정보경찰뿐이다. 지역과 가장 가까운 정보가 사라지게 돼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지역 내에서 경찰과 주민, 시민단체 등을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 와 지역 사회에서도 빈자리가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찰조직 외부에서도 경찰 정보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밀착적으로 주민들과 많이 접촉하는 정보관들은 지역사회의 여러 과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도 해왔다"며 "이번 개편안대로 정보기능을 광역으로 운영한다면 지역 특성에서 비롯되는 촘촘한 정보 수집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모를 축소해야 할 다른 기존 조직이 많음에도 굳이 정보과를 축소 대상으로 삼은 건 불합리한 점이 있는 것 같다"며 "국내 국가기관에서도 가장 방대한 정보를 가져 경찰에 정보력이라는 힘을 주는 부서인 만큼 축소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 조직 내부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편 방향이 경찰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학섭 부산북부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경찰이 검찰보다 앞선 정보기능을 축소함으로써 경찰 힘 빼기가 아니냐는 등 내부 불만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부산경찰청에 있는 정보과가 일선 서에도 있어 이중이던 조직을 한 단계 없앤 셈이라 정보기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인원을 줄여 국민들의 치안에 대한 불안 요소를 잠재울 수 있다면 부정적으로 볼 일은 결코 아니"라며 "이번 개편으로 과거부터 이어진 조직 내 관행을 없애 우리 경찰이 더 깨끗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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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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