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분쟁, 글로벌 세력균형에 영향…누가 울고 누가 웃나

노정연 기자 2023. 10. 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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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서방의 주의 분산, 러시아·중국에 호재
인도, 중국 견제 ‘일대일로’ 추진 제동
미국, 국제사회 영향력 증명할 계기될 수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격화하며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충돌이 단순히 중동 지역의 혼란을 넘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간 글로벌 세력 균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세계 정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미국의 주요 지정학적 경쟁자들인 러시아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크게 웃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P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될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에 쏠려있던 미국과 서방의 시선이 이스라엘로 분산되며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 제재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 확전으로 주변 산유국들이 개입하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 석유 및 가스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중동의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 이미 유럽의 에너지 패권을 쥔 러시아에 다시 한번 에너지를 무기화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던 서방 정부가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 행동에는 온건한 비판만 하고 있다며 ‘서방의 위선’이라 지적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가브리엘리우스 란스베르기스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로부터 관심을 분산시키는 모든 분쟁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중동 분쟁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어질수록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도 반사이익
2019년 6월 5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미국의 강력한 견제 대상인 중국도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중국은 이번 분쟁에서 돌연 팔레스타인 지지로 돌아섰다. 대중동 전략상 친팔레스타인 노선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이번 중동분쟁을 계기로 아랍 세계에서 위상을 높이고 지역 내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스라엘을 전면 지원하는 미국의 대중동 헤게모니를 흔들수 있는 국면이기도 하다.

대만과의 관계를 두고 미국과 무력충돌 긴장을 높여오던 와중에 미국이 중동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것도 중국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이다.

인도는 가장 큰 타격
연설하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로이터

이번 전쟁으로 중국의 라이벌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는 타격을 입게 됐다. 인도와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인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인도판 일대일로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계획의 핵심 요소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가 전쟁으로 중단되며 그동안 중동과 관계 개선에 집중해 온 인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 커졌다.

미국, 다시 중동의 중재자가 될 수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티오가 마린 터미널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이번 전쟁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와 다극화 체제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가 저물면서 하마스와 같은 일부 정치 집단과 국가들이 끔찍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에게 다시 한번 패권국임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인 지난 8일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을 동지중해에 전진배치했고 최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을 추가로 이동시키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중동지역을 시장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중국과 뚜렷한 대비효과를 보이며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국제사회와 주변국들에 미국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WSJ는 “중국은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수교 복원을 위한 중개에 나섰지만 이번 분쟁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중동의 위기는 미국이 이 지역과 세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주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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