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은 두산의 2023년, 내년이 더 기대되는 김동주의 발견
‘왕조 부활’을 기치로 내걸었던 두산이 시즌 5위를 확정했다. 지난 시즌 9위 추락의 충격을 털어내며 1년 만에 가을야구로 복귀했지만 아쉬움이 없지 않다. 돌아온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와 시즌 도중 재영입한 브랜든 와델이 제역할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복귀한 양의지는 자신이 왜 KBO 최고의 선수인지 새삼 증명했다. 7월 11연승을 달리며 구단 기록을 갈아치울 때만 해도 더 높은 순위가 가능해 보였다. ‘절반의 성공’을 이룬 이승엽 감독을 향해 16일 일부 잠실 홈팬들이 야유를 보낸 건 그런 아쉬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올 시즌 적잖은 소득을 올렸다. 신예 우완 선발 김동주(21)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를 경험했지만, 전반기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며 시즌 중반까지 두산 마운드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김동주는 지난 15일 LG전 등판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3회까지 피안타 없이 잘 던졌다. 4회가 아쉬웠다. 연속 안타에 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후속 문보경을 내야 땅볼로 막았지만, 그 다음 문성주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았다. 외야 방향으로 불었던 바람의 영향이 불운하게 작용했다. 중견수 정수빈이 낙구 지점까지 쫓아갔지만 글러브에 맞고 공이 튀었다. 두산은 4회 대량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LG에 패했다. 두산의 3위 가능성도 이날 패배로 사실상 지워졌고, 16일 SSG전 패배로 5위가 확정됐다. 김동주는 첫 선발 시즌을 78.1이닝에 3승 6패 평균자책점 4.14로 마감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사까지 잘 막았고, 잘 던졌다. 그런 타구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어린 투수를 감쌌다. 다만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짚었다. 스트라이크 비율을 올리고, 볼 카운트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험이 모자라 위기 대처가 아직 미숙하다는 쓴소리도 남겼다. 올겨울 김동주가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올해 김동주의 9이닝당 볼넷은 4개(4.02)가 넘었다. 투구수가 많아 17차례 선발 등판에서 평균 4.2이닝을 미처 소화하지 못했다.
김동주가 내년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면 두산은 리그 수위급 선발로 자리매김한 곽빈(24)에 이은 또 다른 젊은 선발을 얻는다. 올 시즌 역시 선발 가능성을 확인한 좌완 최승용(22)까지 더해 20대 국내 선발 트로이카를 구성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젊은 야수들이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는 가운데 주전들의 노쇠화는 내년 이후 두산의 고민이다. 그러나 마운드만큼은 KBO 어느 팀과 비교해도 미래 기대치가 밀리지 않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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