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티재 가는 길목 작은 마을, 지금 ‘라이더 천국’으로 변신 시동[현장에서]
오토바이·자전거 동호인 위한 라이더 타운 계획
“주말 200~300명 방문…밥 먹고 쉴 곳 없어”
“한적한 시골 마을에 오토바이·자전거 동호인들을 끌어들여 활기찬 ‘라이더 타운’으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지난 12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에서 만난 김한솔 ‘삶은 동네’ 대표(36)가 말했다. 삶은 동네는 올해 초부터 김씨가 회인면 지역 청년 6명과 꾸려 활동 중인 청년단체다. 이들은 이 곳에서 보은군과 라이더 타운 ‘회인ㅎㅇ(하이)’를 조성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오토바이를 즐겨 탄다는 김 대표는 올해 초 회인면으로 귀촌했다. 김 대표는 “회인면으로 귀촌한 지인의 초대를 받아 4년 전 이 곳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며 “산책을 하면서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와 자연환경에 반해 조금씩 젖어 들었고 올해 귀촌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회인면 인구는 9월 말 현재 1705명이다. 여기에 15세 이상부터 39세까지인 청년 인구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작은 시골 마을을 살리기 위해 삶은 동네 구성원들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동호인들을 위한 라이더 타운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라이더 동호인들을 관계인구로 끌어들여 지역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계인구란 지역 주민은 아니지만 지역 경제에 공헌하고 애착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회인면 중앙리에는 왕복 1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1~2층 높이 상점 수십 개가 마주 보고 있다. 평일에는 한적하지만 주말이 되면 하루 200~300명이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을 타고 이 곳을 찾는다. 라이더의 성지라고 불리는 피반령(해발 360m)과 말티재(해발 430m)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오전에는 자전거, 오후에는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중앙리를 지나쳐 간다”며 “많은 라이더 동호인들이 마을을 찾고 있지만 이들이 원하는 음식점은 중국집과 한식집 등 3~4곳이 전부”라며 안타까워했다.
삶은 동네는 인구 감소로 폐원한 회인어린이집을 새로 단장해 ‘라이더 유치원’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곳은 라이더들의 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삶은 동네는 지난 7일 라이더 동호인들을 위한 ‘휠러스 페스티벌’을 열었고, 오는 20~22일에는 시골살이를 경험할 수 있는 ‘금토일 캠프’를 연다.
라이더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하기’ ‘교통신호를 준수하고 과한 소음을 내지 않기’ ‘헬멧 등 안전장비 착용하기’ 등이다.
보은군도 이들을 도와 중앙리 일원에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21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청년 공유주택 10채와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라이더 쉼터와 캠핑장 등도 들어선다.
김 대표는 “중앙리 곳곳에 라이더 동호인들을 위한 음식점을 만들고 라이더 용품점 등을 조성해 라이더 타운을 만들 계획”이라며 “청년들을 위한 공유주택과 라이더 쉼터 등이 생기고 라이더 타운이 조성돼 라이더 동호인들을 관계인구로 끌어들인다면 지역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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