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 가는 날, 시진핑은 ‘중동 해법’ 내놓는다
시진핑·푸틴도 이날 정상회담… 중동 해법 제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다. 공교롭게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해법을 내놓는 날이다. 미국의 ‘중동 평화 중재자’ 지위를 흔들려는 중국과 이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경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17일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연대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 암만도 방문한다. 여기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비롯해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만나 확전 방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이스라엘 뒤에 있다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는 날은 시 주석이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기조연설에 이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날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양국의 역할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미국이 지원해 온 중동 평화 체제가 훼손된 기회를 틈타 중동을 비롯한 세계 안보의 대안으로 부상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의 이목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몰아 자국에 대한 제재를 약화시키고 고립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정반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세력을 내쫓은 뒤 팔레스테인의 지지를 받는 자치정부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것도 하마스를 고립시키고 이스라엘 대응 공격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반면 중국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대해 “자위의 범위를 넘어섰다(왕이 중국 외교부장)”며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과 중국·러시아 정상회담 시기가 맞물린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 3000명 가까이 사망자가 발생한 데다, 중국 발언이 중동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입맛에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의 중동 내 지위가 위태롭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발표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려는 미국 주도의 노력이 흔들린 후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CNN은 “시 주석과 푸틴의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수요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이라는 점이 확인된 가운데 이루어지게 된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중동 내에서)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리더십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으로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이번 일대일로 포럼에서 내놓는 메시지의 힘을 빼놓을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을 찾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적극 힘을 실어주자 중국도 관련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견제 수위를 올리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전날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국제 도덕과 정의의 편에 서서 팔레스타인 인민이 민족의 합법적 권리를 회복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며 “모든 당사자와 함께 ‘두 국가 방안’ 협상 재개를 촉진하고 광범위한 국제적 합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전날 푸틴 대통령에 앞서 베이징을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만나 “유엔 안보리는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고, 강대국은 적극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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