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의 민족’ 실전에서 가장 유용한 킥은?[노경열의 알쓸호이]

배우근 2023. 10. 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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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3 국제안전보건전시회 ‘쎄다 격투기 시연회’에서 UFC 밴텀급 파이터 강경호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태형기자 tha93@sportsseoul.com


최근에는 ‘종합격투기(MMA)’의 유행으로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구가 “무술 좀 했다”고 하면 “발차기 한번 보여줘”라고 했다. 그래서 발차기 자세가 좀 나오면 “오, 운동 좀 했네”라고 평가를 내렸다.

주먹만 쓰는 복싱을 수련한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했을까. 게다가 화려한 액션으로 유명했던 ‘야인시대’라는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김두한이 거의 하늘을 붕붕 날며 발차기로 상대 조직의 보스들을 때려눕히곤 했다.

실제로 김두한은 ‘주먹이 강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발차기를 좋아한다. 우리의 전통무술 ‘택견’은 ‘비각술’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화려한 발차기가 장기이며, 국기인 태권도 역시 발차기 기술을 극한까지 발전시킨 무술이라고 할 수 있다.

자, 그럼 실전에서 가장 유용한 발차기는 과연 무엇일까? 한국인들은 모두 실망할 결론이지만 사실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는 발차기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발로 찬다는 것은 한 다리로만 내 몸을 지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럼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내 밸런스를 잃기도 쉽고, 또 발차기를 하는 순간 만큼은 내가 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화려하게 회전하며 발차기를 했다가 넘어진다면? 발차기의 성공 여부를 떠나 땅에 쓰러지는 순간, 제2, 제3의 적이 달려들 것이 뻔하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발차기보다 풋워크로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기회를 포착하면 언제든지 뛰어서 자리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굳이 정말 발차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발로 상대를 찬다는 생각은 일단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좋은 무기를 그냥 썩히는 것은 아깝다. 그래서 아주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발차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이 발차기는 호신기술을 펼치는 과정에서 결정타로 쓰이기보다는 다른 기술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드는 보조 동작으로 이해하면 익히기가 쉽다. 예를 들어 지난 칼럼에서 연습한 박수를 쳐서 상대에게 잡힌 손을 빼내는 과정 초반에 이 발차기를 사용하면 좀 더 쉽게 손을 빼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식이다.


연습방법은 이렇다.

상대와 마주 선 뒤 상대는 정강이 부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패드를 가져다댄다. 당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몸에 힘을 뺀 뒤 마치 걸음을 걷듯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들어 상대의 정강이를 찬다. 이때 상대와 닿는 부분은 발가락이 아닌, 발 앞꿈치다.

주의할 점은 발을 들 때 무릎부터 구부리며 들지 말고 다리를 편 채로 그대로 들어 타격하는 것. 무릎을 구부리면, 동작의 시작부터 상대에게 닿을 때까지의 과정이 ‘하나, 둘’이 된다. 그러지말고 무릎을 편 채 바로 앞으로 뻗어 ‘하나’ 타이밍에 상대에게 발이 닿아야 한다.

이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는 상대가 나를 때리려고 혹은 잡으려고 팔을 뻗으며 다가올 때 ‘하나, 둘’ 타이밍이면 이미 맞거나 잡혀 버린다. ‘하나’ 타이밍이어야만 상대의 동작 과정을 중간에 끊을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상체 밸런스다. 발차기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발을 들어올릴 때마다 몸이 긴장을 해서 상체가 좌우앞뒤로 심하게 기우뚱거릴 것이다. 상체와 하체는 완전히 분리되어있다는 이미지로 발을 들 때 상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연습한다.

동작이 익숙해질수록 파워는 저절로 올라간다. 우리가 걸음을 걸을 때 왼쪽발을 딛는 힘으로 오른발이 앞으로 나가듯, 발을 번갈아가며 차는 것 역시 점점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맞은 상대가 ‘엇?’하고 놀라며 밸런스가 흐트러질 정도의 파워만 나오면 충분하다.


파워가 충분히 나오기 시작하면 이제 응용을 해보자. 지난 칼럼에서 다뤘던 손뼉치기와의 결합이다. 상대가 당신의 손목을 잡으면 손등을 상대의 팔에 붙이는 동작과 동시에 발로 상대의 정강이를 찬다. 상대가 그 통증에 잠시 잡은 손에 대한 집중력을 잃는 순간, 당신의 손등을 스스로 때리며 에너지를 전달해 손을 빼낸다.

아마 지난 칼럼을 보고 충분히 연습한 독자분들이라면 이 간단한 동작 하나를 추가함으로써 기술이 훨씬 쉬워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에 연결된 영상 말미에 발차기를 어떻게 응용하는지 몇가지 예시를 넣었으니 보고 연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발차기의 타깃은 딱 세가지다. 정강이, 무릎, 그리고 낭심. 방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맞으면 무조건 아픈 곳이며, 무엇보다 높이 차지 않아도 닿는 곳인 만큼 내 밸런스를 잃을 가능성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타깃이다. 꾸준히 연습해서 다양한 기술을 펼쳐야 하는 손의 부담을 조금 줄여보도록 하자.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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