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쇼핑몰에 “‘용팔이’의 정점” 글 …모욕죄일까?

이슬비 기자 2023. 10. 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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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표현의 자유” 무죄
서울 시내 한 전자상가에 PC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전자제품 판매업자에게 ‘용팔이’라는 글을 남겼다가 모욕죄로 기소된 A씨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 B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컴퓨터 부품을 40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묻고 답하기’란에 “40만 원? 그냥 품절을 해 놓으시지”, “이 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라고 썼다. ‘용팔이’란 용산 전자상가에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등의 행위를 하는 일부 업자를 비하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A씨는 당시 시중에서 품귀 현상을 보이던 부품을 시세의 2배 이상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하자 폭리를 취하려 한다고 생각해 이런 글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용팔이’는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용어로 모욕적 표현이 맞으며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가벼운 수준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용팔이’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하고 모욕의 고의 또한 인정된다”면서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阻却·성립하지 않음)된다”고 봤다. A씨가 폭리를 취하려는 의도를 비판한 것으로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고, 게시 횟수가 1회인 점, 다른 욕설을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또 “A씨가 글을 올린 곳은 소비자들이 판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도 원심(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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