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없어’ 환자가 죽는다고?···지금 의료현장에선 무슨 일이[‘의대 정원’ 라운드업②]

민서영 기자 2023. 10. 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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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현원(3058명)보다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안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한 현안은 아닙니다. 최근 몇년 간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등 곳곳에서 의료 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의사 인력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지금 현장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습니다. 출근 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이 간호사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없었어요. ‘수술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죠. 서울대병원으로 급히 옮겨진 간호사는 6일만에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 ‘수술할 의사 없어’ 서울대병원 간 아산병원 간호사…결국 숨졌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208021531001

국내에서 가장 많은 2700여개 병상을 가진 상급종합병원에서도 긴급수술을 할 의료진이 없다는 현실은 큰 충격을 줬습니다. 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부족한 의사 인력’을 이 사건의 원인으로 꼽았어요. 의대 정원을 수요에 맞게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 의사 없어 수술 못 받은 아산병원 간호사…무엇이 사고 불렀나 ‘분분’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208031534001

#응급실 뺑뺑이

비극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3월엔 대구의 4층 건물에서 추락해 발목과 머리를 다친 A양(17)이 출동한 구급차를 타고 2시간이 넘도록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 ‘응급실 뺑뺑이’ 숨진 10대…대구 4개 병원 보조금 중단·과징금 부과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5041023011

지난 5월에는 경기 용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 B씨가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 중환자실을 찾다가 2시간여 만에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B씨는 인근 대학병원 3곳에 이어 수원과 안산 등 대형병원 8곳에서까지 모두 수용을 거부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교통사고 피해 70대 남성, 2시간여 중환자실 찾다가 숨져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305301439021

#소아과 오픈런

‘의사 부족’은 아이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엔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전공의 부족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어요.


☞ 저출생 여파에…길병원, 소아과 전공의 지원 ‘0명’ 입원치료 중단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212131500011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생과 낮은 수가 등으로 ‘기피과’로 꼽힙니다. 다른 과에 비해 의사 인력이 유독 부족한 이유이죠. 지난해 말엔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병원의 75%가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올해부터 진료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 올해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2.8%’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8181426001


☞ 소아과 수련병원 75% “의료진 없어···내년부터 진료 줄일 것”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212160749011

올해 6월엔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내 첫 어린이병원인 소화병원이 의사 부족으로 휴일 진료를 중단했습니다. 소화병원은 매일 아침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뜻하는 ‘오픈런’이 이뤄지는 주요 병원이기도 했어요. 소화병원이 휴일 진료를 중단하며 서울에 4곳이던 달빛어린이병원은 3곳으로 줄어들게 됐습니다.


☞ 국내 첫 어린이병원, ‘의사 부족’으로 휴일 진료 중단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6012140001

#지방엔 ‘더 없는’ 의사들

어린이·청소년 진료와 필수의료 붕괴 현상은 지방일수록 더 심각합니다. 의사 인력은 한정적인데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병원에 선뜻 지원하는 의사가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에서는 연봉 3억6000만원을 제시해도 내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현장에서]산청군 연봉 3억6천만원에도 구인난···채용조건도 걸림돌
     https://www.khan.co.kr/local/Gyeonggnam/article/202302021559001

지역의료원 3곳 중 2곳은 일부 필수진료과에 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방의료원 지불보상체계와 재정 지원 개선 방안’을 보면, 2020년 12월 기준 지역의료원 35곳 중 9개 필수진료과 전문의가 모두 있는 의료원은 10곳(28.6%)에 불과했습니다. 이 중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4개 필수진료과로 범위를 좁히면 35곳 중 8곳(22.9%)이 일부 진료과에 전문의가 없었습니다.


☞ 지역의료원 3곳 중 2곳 필수 의사 없어···신경외과·정신과는 절반 수준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209181439001

지난달 기준으로도 지역 거점 병원 역할을 하는 지역 의료원의 65.7%는 의사가 없어 일부 진료과를 휴진한 상태입니다.


☞ 공공병원 5곳 중 1곳은 일부 진료과목 휴진…“의사가 없어서”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0041135001

#18년째 동결된 숫자 ‘3058’

이런 의료현장의 ‘구인난’은 지역·필수과목의 인프라·보상체계 부족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18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 ‘3058명’이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대부분 진료 영역에서 활동할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한다면 2035년엔 2만7232명의 의사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란 것이죠.


☞ [‘3058’을 넘어서①]2035년에는 의사 2만명 부족하다는데···의대 정원, 얼마나 늘려야 할까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141703011

노조와 시민단체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은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일각에선 기존 의대 입학정원 증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공공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 ‘3058’을 아십니까···“의사 부족해 간호사들이 대리수술·처방”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209301636011


☞ 보건의료노조·경실련 “의사 인력 늘려라”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5251526001

#더 읽어보기


☞ [‘의대 정원’ 라운드업①]의대 정원, 얼마나 늘리면 될까요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0171544001


☞ [뉴스레터 점선면] 그럼 의사들은 어떻게 하자는 걸까?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090700011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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