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은혜 격돌에 이재명 등판설까지? 벌써 뜨거운 ‘분당갑’
安, 이재명에 “분당 오라”…당내서도 언급되지만 가능성 낮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22대 총선을 6개월 앞둔 지금, 새로운 정치 1번지로 거론되며 일찍이 총선 열기가 오르고 있는 지역이 있다. 여야가 선거 때마다 격전을 벌여온 'IT 수도' 경기 성남 분당갑이다. 현역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키고 있는 이곳에 '윤심(尹心)'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탈환을 노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판설까지 더해지면서 전국 가운데 가장 먼저 과열되는 조짐이다.
지난해 6‧1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이 62.5%의 높은 득표율로 입성한 분당갑은 기본적으로 보수가 우세한 곳으로 꼽힌다. 2000년 처음 지역구가 생긴 후 치러진 7번(보선 포함)의 선거에서 1번을 제외하고 모두 보수 진영이 승리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2016년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여야 후보가 한 자릿수 격차로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벌여왔다. 20대에선 김병관 민주당 후보가 8.52%포인트 차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꺾었고, 21대에선 김은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불과 0.72%포인트 차로 김병관 후보를 앞질렀다. 이처럼 분당갑은 여야 모두에게 '해볼 만한 곳', 그러나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만큼 선거 때마다 '상징적'인 인물을 공천하는 데 각별히 신중을 기울여 왔다.
지역구 사수 위해 전투력 키우는 安
1년4개월 간 지역구를 지키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도 분당갑 재출마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안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 전 임기를 마치면 아마 1년10개월 정도다. 2년도 안 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건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경우 다음 총선에서도 그 지역에 도전하는 것이 그간 정치권의 관례란 주장도 펼쳤다. 안 의원 측은 17일 취재진에 기존에 밝혀온 입장과 같다며 지역구 사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안 의원 앞엔 당장 '윤심'을 업은 막강한 경쟁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직면해 있다. 지난해 경기도지사 도전을 위해 분당갑 국회의원직을 포기하고 떠났던 김 수석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탈환을 시도할 거란 관측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아직 이에 대한 김 수석 측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연말 이전 김 수석이 대통령실을 나와 분당갑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출마지를 모색할 거란 전망은 지배적이다.
커지는 김 수석 출마설에 안 의원도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최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향해 전투력을 키우는 것도 공천에 앞서 자신의 존재감을 다지기 위함이란 분석이 나온다. 단적으로 지난달 27일 안 의원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명 대표를 향해 "내년 총선에 분당갑에서 저와 정면승부 하자"고 공개 제안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이 대표에게 보내는 선언처럼 읽히지만, 사실은 용산과 당을 향해 '내 뜻은 분당갑에 있으니 다른 지역구 출마를 압박 말라'고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金 이동 가능성…분당을에 수원‧용인도 거론
대중적 인지도와 존재감 면에선 대선 주자인 안 의원이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윤심'은 단연 김은혜 수석 쪽으로 기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수석이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며 밀착 수행해온 반면, 안철수 의원의 경우 용산과 자주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윤심이 안 의원을 밀어내고 김 수석에게 분당갑 공천을 주는 모양새가 연출된다면 당장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당 차원에서 이들이 맞붙는 상황이 발생치 않도록 미리 '교통정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몸값 높은 두 정치인이 한 지역에서 경선으로 붙는 건 당으로서도 손해라는 계산도 따른다.
현재로선 김 수석이 지역구를 옮길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당에서 안 의원에게 제안할 다른 지역이 마땅치 않은 데다, 그럴 명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강조한 대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비중 있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이 지역구를 조정한다는 가정 하에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바로 옆 분당을이다. 현재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지만, 국민의힘으로선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이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후 꾸준히 표밭을 다지고 있더 이 또한 노선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김 수석이 경기도지사에 도전했던 만큼, 분당을 외에 경기 내 다른 지역들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강세 속 거물급 보수 정치인의 움직임이 적은 수원을 비롯해,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징역형을 받으면서 무주공산이 된 용인갑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재명, 대장동 지역구로? 득보다 실 커
분당갑을 둘러싸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등판설도 솔솔 제기되고 있다. 이를 공개적으로 띄운 건 안철수 의원이지만, 실제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가 텃밭인 인천 계양을을 벗어나 수도권 험지에 나서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상대적 험지에서 여권 거물급 인사와 맞붙어 1석 이상의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요구다.
더구나 분당갑 재도전을 준비하던 김병관 민주당 의원이 최근 동성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사실상 출마길이 막힌 상황이다. 이후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당 안팎에선 '분당갑을 이대로 포기하긴 아깝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등판설이 계속 새어나오는 이유다. 또한 분당갑이 이 대표 발목을 잡아 온 '대장동'이 속한 지역구인 만큼, 이 대표가 정면 승부수를 띄워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란 얘기까지 나온다.
다만 현재로서 이 대표의 분당갑 등판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 역시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보궐선거로 당선된 만큼 계양을에서 보낸 시간이 물리적으로 짧은 데다, 안 의원 혹은 김 수석과 맞붙어 이겼을 때 득보다 혹여 졌을 때 실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구태여 맞붙을 필요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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