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무슬림 난민 품는 교회 “전쟁에 종교는 없다”
이슬람·기독교 신자 수백 명 피신
“인류는 평화를 제공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비참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한복판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들의 안식처가 된 곳이 있다. 바로 그리스정교의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가 그 주인공이다. 포르피리우스 교회는 대부분 이슬람교도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품으며 극단으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16일(현지시간) “포르피리우스 교회는 모든 종교를 막론하고 이스라엘 폭격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을 위한 성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포르피리우스 교회는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에 있는 가장 오래된 그리스정교 교회로, 5세기 무렵 가자지구에서 사역하던 주교 이름을 따 1150년대에 건설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7일 이스라엘 보복 공습 이후 집을 떠난 수백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포르피리우스 교회로 모여들었다. 이스라엘군이 모스크와 학교, 병원 등 하마스 대원들이 주로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가운데 포르피리우스 교회만큼은 건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피리우스 교회 사제인 엘리아스 신부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군이 많은 성소를 폭격하고 있고, 이 교회도 공격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교회를 공격하는 행위는 종교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공격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인류는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평화와 따뜻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르피리우스 교회는 2014년 7월 벌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에서도 난민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다. 당시 교회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북부 샤프 주민 500명을 보호했다.
교회에 머무는 가자지구 주민 왈라 소베는 “북부에 있는 다른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이곳으로 오라고 말했다”며 “여기는 단순한 안식처가 아니라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고통을 덜어주는 건 주변 사람들의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이라며 “피난민들을 돕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봉사하는 사제들에게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네 자녀와 함께 교회로 피신한 조지 샤빈도 “무슬림과 기독교인, 남자와 여자, 노인과 어린이 모두가 안전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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