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 일 고위관료, 한·중 반발 질문에 “외교 문제 된다고 생각 안해”
신도 요시타카 일본 경제재생상이 17일 오전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외교 문제가 된다고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일본이 과거사 반성을 잊고 침략전쟁을 미화한다’고 반발해왔음에도 한·중의 외교적 항의를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현지 공영 NHK,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에 따르면 신도 재생상은 이날 오전 도쿄 구단시타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이날부터 추계 예대제(제사)를 시작했다. 이번 예대제에 맞춰 참배한 각료는 지난 16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에 이어 신도 재생상이 2번째다.
신도 재생상은 참배 후 기자들에게 “과거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무거운 임무를 다 하신 영령 여러분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참배했다”면서 “현재 평화와 번영이 그런 여러분 덕분에 이뤄졌다는 점을 마음에 새기도 나도 제 역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이날 취재진이 그의 이번 참배로 한국, 중국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질문하자 신도 재생상은 “내 행위가 외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한때 나라를 위해 노력해 주신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내 할아버지와 조부모의 형제가 있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왔다”라고 덧붙였다.
신도 재생상은 강경 우익 성향으로, 총무상을 역임하던 2013년과 2014년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신도 재생상의 외조부인 구리바야시 다다미치는 2차 세계대전 말기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였던 이오지마 전투를 이끈 대장이다. 미군을 상대로 옥쇄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고위관료의 신사참배가 외교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과 달리 한국, 중국 등 일본의 식민지배 피해를 입은 나라들은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과거사 반성 약속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근대 일본의 침략전쟁을 마치 일본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자위전쟁으로 평가하는 군국주의 상징이자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미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1978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전범 14명을 합사하며 국제적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히데키 전 총리는 1941년 당시 총리대신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으며, 이후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기소돼 사형 선고를 받아 교수형에 처해졌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이웃 나라가 겪은 피해와 함께 이와 관련한 반성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재집권 이후 이런 관행이 끊겼다.
이날 기시다 총리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취임 이후 그동안 이곳에 공물을 봉납해 왔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기시다 총리가 올해는 야스쿠니 신사 봉납을 건너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봉납이 이어졌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을 내놓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도 사실상 용인하는 등 일본에 외교적 양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일본이 반성과 사죄는커녕 역사인식에서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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