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입법영향분석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2023. 10. 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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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영향분석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다는 것은, 21대 국회가 의원입법에 대한 자기성찰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졸속·과잉의 부실입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입법할 당시 그 영향분석이 정치적이 아니라 과학적·현실적일 때 가능해 질 수 있다.

◇입법영향분석은 입법 과학화의 핵심 도구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입법영향분석은 한국정치에서 그동안 '정치의 영역'에 머물던 법을 '과학의 영역'에서 객관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건물을 짓기 전 환경영향평가를 하듯이 법의 효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부정적·긍정적 요소들을 예측함으로써 더 좋은 법률, 더 효과적인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수정·보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입법영향분석은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이 법률안의 효과와 영향을 포괄적으로 파악해 향후 입법과정에 면밀히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원의 입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동시에 법률안 심사 시 전문적·객관적·과학적 근거를 보강한다는 점에서 효율적 심사절차를 지원할 수 있으며, 종국적으로 국회 전체가 입법영향분석을 통해 더 좋은 법률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더욱이 법률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하므로, 행정입법의 형성과 해석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오늘날 입법환경은 다층적인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갈등 구조를 포함하고 있으며, 글로벌 의제 및 국제관계, 규율 영역의 광범위성, 주제의 전문성 등 측면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 영향분석의 뒷받침이 필요한 법률안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플랫폼의 등장은 산업 및 노동시장에서 기존 질서와는 다른 다양한 이해관계 및 갈등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기후위기·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등은 글로벌 의제이나, 이와 관련된 입법·정책적 대안은 한국적 현상과 여건을 고려해 적합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복잡한 내용을 규율하는 법률안이 발의되고 있음을 전제해야 한다.

입법영향분석 분야별 항목 예시

최근 다양한 의제와 쟁점을 다룬 의원 발의 법률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 역시 입법영향분석 법제화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원발의 법률안은 제16대 국회 1651건에 불과하던 것이 제20대 국회에서는 2만 1594건으로 1207% 이상 증가했다. 의원발의 법률안은 제21대 국회에서 더 늘어, 2만2524건(2023.10.15)으로 제20대보다 1000건 이상 증가했다.

지금같이 전체 발의 법률 중 의원입법이 97%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법률이 과학적 검증과정 없이 제안되는 경우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입법영향분석의 법제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

◇우리 입법 환경에 맞는 입법영향분석 법제화를 준비하는 국회입법조사처

9월 유럽의회와 영국의회를 방문, 그들의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유럽연합, 영국, 독일 등 많은 국가가 더 나은 법률(better law, regulation)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두고 있는 데, 대표적 제도가 영향평가 또는 영향분석제도다. 많은 국가가 법률안의 영향을 평가하는 영향평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국가마다 법률안 발의 주체 및 현황·입법과정 등 자신들의 입법 환경과 현실에 맞게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결국 우리도 한국적 입법 환경과 현실, 입법 과정에 적합한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

7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입법영향분석사업단'을 발족했다. 입법영향분석사업단은 입법영향분석 제도의 도입과 시행 방안 등을 연구·지원하고, 입법영향분석 관련 사업을 추진해 국회의 입법역량 제고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법 개정에 걸맞는 규정·매뉴얼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입법영향분석사업단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병역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 3편의 입법영향분석 시범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던 의원실에서는 시범보고서를 접한 후 매우 만족스러워했으며, 입법영향분석 제도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국회 입법 흐름

◇입법영향분석의 법제화는 제22대 국회를 위한 미래유산이다

국회에서 입법영향분석 제도화의 논의는 제21대 국회에서 다수의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21대 국회에서 6건의 입법영향분석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대표적으로 김태년 의원 대표발의안과 윤재옥 의원 대표발의안 등 여야의 법률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었다. 국회운영위원회 내 운영개선소위원회는 입법영향분석 도입 관련 국회법 및 관련 법률 개정안 심사를 개시, 2023년 8월 23일 운영소위에서 국회 내 입법영향분석 제도화 관련 기존 국회법 개정안(6건의 법률안)과 국회의장 의견제시 안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입법영향분석의 시점에 대해서는 '사전(事前)'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보다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입법영향분석서 제출 시기를 '발의할 때'에서 '심사 전까지'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입법영향분석서 의무화 여부에 대해서는 의원들에 대한 입법권 제약의 우려가 있으므로 의원이 자신이 제출하는 법률안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리고 분석 대상 법률안의 범위로는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법률안만 대상으로 할 경우 입법영향분석이 '규제완화'의 도구로 활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규제의 폐지·완화도 입법영향분석의 대상으로 삼자는 의견도 있었다.

국회선진화법이 제20대 국회를 마무리하며 정치유산으로서 임기마감 직전 여야 합의로 마련되었듯이, 입법영향분석의 법제화 또한 21대 국회가 제22대 국회에 주는 미래유산이 될 것이다. 좋은 법률을 만들기 위한 입법영향분석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좋은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 제도화가 완성해야 할 대한민국의 국가적 과제다.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 palma21@hanmail.net

박상철 국회 입법조사처장

〈필자〉박상철 제9대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고, 1998년부터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국회혁신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정치법학연구소 소장과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소장, 미국헌법학회 회장 등 역임 중이다. 국회의장 소속 헌법개정및정치제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2023년 4월 입법조사처장으로 부임한 박 처장은 “입법정책은 과학의 영역으로, 입법조사처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국회 공신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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