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순간에도 폭발음 계속" 긴박했던 이스라엘 대피 작전
안효삼 공군 전대장 "국민 생명·재산 지키는 임무수행에 영광"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이스라엘에 도착한 뒤 잠시 대기하는 동안에도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려왔습니다. 긴장감은 항공기가 이륙한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전에 투입된 안효삼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항공작전전대장(47)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회상하며 17일 이렇게 말했다.
공군은 지난 13일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를 투입해 한국인, 일본인, 싱가포르인 등 220여명을 태우고 귀국했다.
이번 작전에는 사안의 긴급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과거 유사 경험이 있는 베테랑 위주 인원이 투입됐다. 항공 작전을 위한 필수 임무 요원인 조종사, 정비사 외에도 안전한 이송을 위해 외교부, 의무 요원, 공정통제사(CCT) 등 30여명이다.
임무를 맡은 요원 가운데 최선임인 안 전대장은 통제관으로, 현장에서 임무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지휘했다.
안 전대장을 비롯한 요원들은 작전 검토 지시가 나온 뒤 24시간 내 이륙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최단 시간에 임무를 마치기 위해 김해기지를 출발해 다시 서울공항에 돌아오기까지 약 35시간 동안 무박 일정으로 작전을 진행해야만 했다.
안 전대장은 임무에 나서기 전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우발 상황과 요원들의 컨디션 관리에 유독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는 "혹시 모를 현지 테러에 대비해 투입된 공정통제사와 의무 요원들에게 교민 보호와 환자 발생 등과 관련한 준비를 철저히 해 주라고 당부했다"며 "임무 종료 때까지 사실상 40시간 가까이 쉬지 못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준비를 잘해 달라고도 요원들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군 수송기가 이스라엘에 도착해서는 외교부 직원들이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으로 탑승객을 안내하면서 본격적인 임무가 시작됐다.
당초 계획은 우리 국민을 모두 탑승시킨 뒤 3시간 만에 다시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민과 외국 국민 가운데 다국적자가 일부 있어 공항 직원들이 인원을 수속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고 30분가량 지연됐다.
안 전대장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보안을 위해 신분과 인원을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장시간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교민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기 위해 임무 요원으로 온 군의관의 진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국민들의 탑승 현황과 임무 요원들의 업무를 꼼꼼히 감독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마지막까지 확인을 끝낸 작전 요원들은 군 수송기에 우리 교민과 외국 국민 등 220여명을 구출해 이륙했다.
그러나 안 전대장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안 전대장은 "벤구리온 공항에 접근하는 동안 조종사들이 로켓을 목격했다고 들었다"며 "공항에 착륙한 이후 지상에 대기하는 동안에도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고 야외에서 작업하던 정비 요원들은 직접 그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라도 상황이 급박하게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약 로켓이나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 어떻게 작전을 수행해야 할지 내내 고민했다"며 "이러한 긴장감은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륙하고 일정 고도 이상으로 올라갈 때까지 계속됐다"고 떠올렸다.
이번 임무에서는 탑승을 희망한 한국인을 제외하고도 수송기에 여유 좌석을 활용해 인도적 차원에서 일본인 등 타국민까지 태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전대장은 "일본 탑승객 가운데 산모가 있었는데 공항 청사에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며 "이때 우리 요원이 휠체어로 항공기에 먼저 탑승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군의관이 진료를 해 남편이 많이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안 전대장은 이번 작전 수행으로 걱정을 끼쳤을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륙 명령이 내려진 뒤 가족들이 우려할까 봐 이스라엘에 잠깐 다녀올 것 같다고 이야기만 한 뒤 자세한 것은 뉴스로 확인하라고 했다"며 "아내가 복귀 뒤 딸들이 아빠 걱정에 눈물을 흘렸다고 이야기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딸들이 시험 기간인데 아빠 걱정 때문에 공부에 집중이 잘 안됐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안 전대장은 자신을 비롯한 요원들이 이번 작전을 수행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공항에서 마주친 한 외국인이 조종복을 입은 저에게 '어디서 왔는지' 묻길래 대답하니, '대한민국이 멋지다'고 했다"며 "본인의 나라에서는 항공기를 보내지 않는데 '부럽다'며 안전하게 비행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언제라도 준비된 군인, 공군이 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명감을 드러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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