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30일' 강하늘·정소민 망가지길 잘했다

김선우 기자 2023. 10. 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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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과 정소민, 제대로 망가지길 잘했다.

영화 '30일(남대중 감독)'이 가을 극장가의 흥행 복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3일 개봉한 추석 대작들이 한차례 휩쓸고 간 극장가에서 후발주자로 등판해 최후의 위너가 됐다.

'30일'은 개봉 3주차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사수하고 있다. 그 사이 124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160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30일'은 드디어 D-30,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의 코미디를 담았다. 사랑했던 시절부터 서로를 증오하는 시기, 나아가 기억을 잃고 다시 관계를 재정립하는 모습까지 유쾌하게 풀어냈다.

타이밍도 적절했다. 대작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은 피하면서도, 그렇다 할 대작들이 없어 대진표 면에서도 나쁘지 않았던 것. 여기에 무겁지 않은 코미디 장르로 진입장벽을 낮춰 가늘고 긴 장기흥행에 이어지고 있다. 코미디에 진심이라는 남대중 감독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와 그를 뒷받침하는 상황들은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안긴다. 코미디는 특히 티키타카가 중요한 장르다. '30일'의 두 주역 강하늘과 정소민의 코미디 연기가 '30일'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코미디를 떠올렸을 때 바로 떠오르는 라인업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신선한 조합이 허를 찌른다. 함께 촬영한 동료들의 말을 빌려, 강하늘의 코미디는 짐캐리도 울고 갈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평소 훈남의 정석인 강하늘은 '30일'에서 찌질하다 못해 애잔한 정열로 분한다. 그럼에도 거부감 없이 강하늘 표 코미디로 풀어냈다. 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정소민 역시 '30일'로 완벽한 연기 변신에 나섰다.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현실 여자친구로 변신, 엽기적이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라로 열연했다. 실제로는 MBTI '극 I(내향형)'라는 정소민은 '30일'에서 코미디에 대한 한을 제대로 풀었다.

두 사람 모두 비주얼을 내려놓고 코미디에 임했지만, 오히려 어느 작품보다도 멋지고 예뻐 보인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스물' 이후 8년 만에 '30일'로 재회한 강하늘과 정소민. 그 사이 20대에서 30대가 된 두 사람은 그만큼 성숙해진 연기와 코미디 내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스크린보다는 안방극장에서 더욱 익숙했던 두 청춘스타가 스크린의 주역들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게 된 셈이다.

물론 코미디 장르라고 해서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최근 '가문의 영광: 리턴즈', '화사한 그녀' 등 가을부터 여러 코미디 영화들이 '30일' 앞뒤로 개봉했으나 사실상 살아 남은건 '30일' 뿐이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16만명에 그치며 시리즈의 명맥을 잇지 못했고, 개봉 2주차에 접어든 '화사한 그녀' 역시 6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30일'의 반전 흥행이 더 큰 관심을 받게된 것. 거대 자본도 들어간 대작이 아니었지만 클리셰를 비튼 코미디 로맨스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김호중의 영화 '바람 따람 나나리 : 김호중의 계절'이 18일 개봉하지만 CGV 단독 개봉이라 대세에는 큰 지장은 없을 전망.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0일'은 신작 공세 속에서도 전체 예매율 2위를 기록했다. 20일 깜짝 무대인사 등이 예정된 가운데, '30일'이 입소문의 힘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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