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케어’ 폐기했는데 건보공단 부채비율 2배로 늘어난다…고령화 ‘경고’ 현실로

김명지 기자 2023. 10. 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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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올해 36%, 4년 뒤엔 81%로 급증
건보 재정 적자 2027년 5.8조원 전망
건강보험 재정 갈수록 악화
일러스트=이철원.

정부가 내년 건강보험료율(7.09%)을 7년 만에 동결한 가운데, 건강보험공단 부채 비율이 향후 4년간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방만한 의료비 지출 풍조가 만연한 데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내년부터 건보 재정 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재형(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이 같은 내용의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5개년 재무전망’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를 보면 건보공단의 자산은 현금과 금융 자산이 모두 줄어들면서 올해 45조 802억 원에서 2027년 39조 3,107억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부채는 같은 기간 11조 9,343억 원에서 17조 6,070억 대폭 증가한다.

자산 감소와 부채 증가가 맞물리면서 부채 비율은 올해 36%에서 2025년 46.6%를 거쳐 2027년 81.1%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건보 재정은 당장 내년부터 3,261억 원 적자가 나면서 2027년이 되면 적자 폭이 5조 8,265억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는 건보 재정이 내년부터 4조 8,000억 원의 적자로 전환하고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이 사라지면 현행 7% 수준인 보험료율을 10년 뒤엔 10% 이상이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건보 재정이 이처럼 급격히 악화하는 것은 고령화와 방만한 의료 지출에 기인한 결과다. 의료계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를 폐기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관련 건보 지출은 늘어났고 국고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불필요한 과잉 진료’ 논란이 컸던 자기공명영상(MRI) 급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으나, 관련 고시는 지난 7월에야 개정돼 이달부터 지출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MRI와 초음파 건보 급여 지출은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났다.

지난해 건보공단과 환자들이 지난해 병원과 약국 등에 지급한 진료비는 102조4277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섰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사용한 진료비는 44조 1187억 원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노령층이 전체 진료비의 43.1%를 지출한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인 ‘건보 먹튀’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외국인 건보 재정 수지는 556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중국인은 22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인 피부양자 요건 강화 법안은 2년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국고 지원 비율을 법률로 정한 ‘20% 상당 금액’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정부는 건보 재정에 매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 상당’을 의무 지원해야 한다. 2020년 국고 지원 비율이 14.1%였고, 지난해 14.3%에 그쳤다.

국고 지원 비율을 지키지 않는 것은 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국고 지원율에 대해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적혀 있다. 건보의 국고 지원율을 ‘2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21대 국회에 발의됐지만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건보 재정 상황과 국가 재정 여건에 따라 국고 지원율을 탄력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민연금보다 건보 개혁이 훨씬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인구 구조 변화에 적응할 방안을 빨리 찾아서 실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형 의원은 “건보공단 부채 비율 급증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라며 “보장성 확대 항목을 다시 되돌리긴 어렵고, 고령화도 빨라지고 있어 건보 재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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