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단 25일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복귀는 왜 늦어지고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중단 25일째인 17일에도 당무에 복귀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건강 회복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 대표가 거동이 불가한 상태는 아니어서 정무적 판단으로 복귀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폭풍으로 시끄럽고, 국정감사 기간은 ‘야당의 시간’이라 이 대표가 급히 돌아와서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단식을 중단한 이후 이날 기준 25일째로 3주가 넘었다. 이 대표가 퇴원한 건 지난 9일이다. 이날로 9일째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당무 복귀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 복귀 시점을) 오늘이다, 내일이다, 이번 주다, 다음 주다. 이렇게 단정하기 어려운 말 그대로 미정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무 외에 다른 일정은 참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고인 출석이 의무화돼 있는 형사재판 일정은 모두 참석 중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재판 참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같은 사건 1차 재판에 참석한 바 있다. 당시엔 단식 후유증으로 재판이 약 80분만에 끝났다. 이 대표는 1차 재판에 참석했던 날에 국회도 찾았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특별검사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표결을 위해서였다.
이 대표 당무 복귀가 늦어지는 것은 급할 필요가 없다는 정무적 판단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는 야당이 정부의 문제점을 드러낼 기회로 야당에 유리한 시간이다. 국정감사 와중에 이 대표가 복귀하면 여론의 시선이 민주당 내부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고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복귀할 경우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비이재명(비명)계 징계에 대한 입장 표명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도 당 통합과 관련된 메시지로 읽히게 된다.
게다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여론은 여권의 수습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뚜렷한 쇄신책이 나오지 않으면 여권이 자중지란에 빠지고 여론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이 대표 복귀라는 주요 뉴스를 던져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이날 “(소속) 의원들이 국감을 잘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혼란스러운데 굳이 급하게 이 대표가 복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집에서 회복을 하면서도 메시지는 충분히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의도적으로 당무와 관련된 메시지는 줄이고 재판 대응에 집중하는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복귀 시점을 무한정 늦추기는 어렵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당무에 복귀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을 묻자 “당 대표가 어떤 말을 할지는 모르지만 지난 월요일에 출근하신다는 말이 있었는데 아직 100% 회복이 안돼서 이번 주 내로 출근하시면 어떤 입장이나 발언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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