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풀듯 펼치는 장항준표 스릴러…영화 '오픈 더 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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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미국 뉴저지의 한적한 마을.
치훈(서영주 분)이 어느 주택의 현관문을 조급한 듯 두드린다.
그러나 치훈이 엄마(강애심)가 강도 손에 죽은 날을 입에 올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치훈은 잠시 진정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불쌍하고 착한 우리 누나를 오늘 왜 때렸느냐"고 매형에게 따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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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밤중 미국 뉴저지의 한적한 마을.
치훈(서영주 분)이 어느 주택의 현관문을 조급한 듯 두드린다. 그를 맞은 사람은 매형 문석(이순원)이다.
두 사람은 김치를 안주 삼아 위스키를 마시며 정답게 얘기를 나눈다. 옛날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두 사람은 어느새 불콰하게 취해 있다.
그러나 치훈이 엄마(강애심)가 강도 손에 죽은 날을 입에 올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문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젠 그만 잊자며 처남을 달랜다.
치훈은 잠시 진정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불쌍하고 착한 우리 누나를 오늘 왜 때렸느냐"고 매형에게 따지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코너로 몰리던 문석이 흥분해 소리친다.
"네 누나가 뭐가 불쌍하고 착해? 나한테 자기 엄마 죽여달라고 한 게 네 누나야!"
장항준 감독의 신작 '오픈 더 도어'는 장모를 죽였다는 한 남자의 살인 고백으로 시작한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범인이 좁혀지는 일반적인 범죄 스릴러와는 달리 먼저 답을 제시하고서 과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장 감독의 특기인 '썰 풀기'를 영상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1막이 끝나고 나면 "자! 지금부터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들려줄게"라고 말하는 장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이 영화는 총 5막으로 구성돼 시간 역순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가장 과거의 일은 치훈이 10대 때 한국을 떠나 누나 윤주(김수진),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막 이주했던 시절이다. 우연히 알게 된 윤주에게 반한 문석은 기타를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치훈의 집을 드나들며 형제처럼 가까워진다.
엄마는 홀로 세탁소를 운영하며 자식들을 건사한다. 고생 끝에 꿈에 그리던 내 집 마련에 성공하고, 겨우 굴러가던 고물차도 새 차로 바꾼다. 윤주와 문석은 결혼해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이 가족에게 연이어 불행이 닥친다. 윤주 부부는 사업에 손을 댔다가 빚에 허덕이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뉴스나 각종 콘텐츠에서 자주 접하는 이야기지만, 독특한 전개 방식 덕분에 인간의 욕망이 낳는 비극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행복한 한때를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도 쓸쓸하고 허무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미 패를 보여주고 시작한 탓에 긴장감은 덜하다. 후반부 나오는 반전도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이 작품은 방송인 송은이가 이끄는 콘텐츠 회사 컨텐츠랩비보가 제작에 참여한 첫 영화다.
장 감독이 단편 연출을 염두에 두고 쓴 1막 시나리오를 송은이가 보고서 제작을 결정했다고 한다.
장 감독은 17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이게 웬 떡인가" 생각했다면서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이들의 관계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챕터를 하나씩 쓰다 보니 길지는 않지만 장편이 됐다"고 설명했다.
송은이는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를 제작하고 싶었다. 장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어 회사가 확장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월 25일 개봉. 71분. 15세 이상 관람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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