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한미 반도체 공조 지속 확인…불확실성 줄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공장에 대해 별도 절차나 기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도록 허가하면서 우리 반도체업계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정부가 정상외교 등을 통해 협의해온 결과다.
다만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일부 품목은 반입을 통제한 데다 중국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 수준도 규정하지 않아 미국 정부와 협의는 지속 이어질 전망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공급망과 수출통제 관련 긴밀한 공조 의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국적 반도체 기업에 1년간 수출 통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기업들이 더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VEU 규정을 개정해 유예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와 협의해왔다.
이에 미국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미 수출관리규정에 따른 '검증된 최종사용자'(VEU)로 지정했다. VEU는 중국 내 신뢰할 만한 기업을 지정하고 기업과 협의해 지정된 품목에 대해 별도의 허가절차 및 유효기간 없이 수출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수출통제 적용이 무기한 유예된 셈이다.
안 본부장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운영과 투자가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다"며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굉장히 큰 예외를 받은 것이고 제일 큰 계기는 정상 간 굳건한 신뢰"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반입을 통제했다. 또 관보 규정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공장에서 앞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 수준을 어디까지로 한정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포함되지 않아 협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최근 중국 화웨이가 7나노 공정 기술을 확보한 것과 관련 우려도 컸고 EUV 이상의 장비는 군용으로 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중국에 EUV 반입을 못하지만 협의할 부분이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내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안 본부장은 또 지난해 8월 발효된 반도체법(CHIPS Act) 관련 우리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 최소화를 위해 미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반도체법 '가드레일' 세부 규정을 최종 확정해 공개했다. 가드레일은 미국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반도체 보조금 혜택이 중국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으로 생산능력의 실질적인 확장을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상,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으로 규정했다.
최종 규정에는 반도체 업계가 요청한 사항이 일부 반영됐다. 상무부는 지난 3월 공개한 잠정안에서 반도체 생산능력 측정기준을 월별 웨이퍼 수로 정의했는데 생산량이 업황에 따라 유동적인 점을 고려해 연간 웨이퍼 수로 변경했다.
또 기존에는 실질적 확장을 '물리적 공간'이나 '장비'를 추가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대하는 것으로 정의했지만 최종 규정은 '장비' 대신 '클린룸, 생산라인이나 기타 물리적 공간'으로 바꿨다. 5% 초과 확장 시 투자금액 제한기준도 기존 10만 달러에서 기업과 상무부 간 협상 영역으로 바꿨다.
안 본부장은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확정에 대해서는 "가드레일 세부 규정 최종 확정으로 안보 우려가 없는 정상 경영활동이 보장되는 등 우리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중국에서 운영 중인 생산설비의 유지와 부분적 확장, 기존 설비의 기술 업그레이드 허용도 명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법의 기업 영업비밀 유출 우려와 관련해서도 기업과 협의해서 어느정도 해소된 것으로 이해한다"며 "관련 동향을 업계와 긴밀히 협의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우리 기업의 투자·경영 활동 보장을 위해 미 정부와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이 조만간 인공지능(AI) 반도 등의 대중 수출통제도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는 것과 관련해선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AI 칩은 우리 기업들의 주력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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