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싹쓸이' 中관광객 달라졌다…핫플서 지갑 여는 'MZ 싼커'
중국 관광객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며 이들의 여행 및 소비 트랜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유커(중국 단체관광객)들이 공항면세점 등에서 '싹쓸이 쇼핑'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최근 MZ세대(1980년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싼커(개별관광객)들은 성수동 등 핫플을 찾고 도심에 위치한 로드샵에서 쇼핑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국 관광객 15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건 정부가 중국 관광객들의 바뀐 트랜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유치 전략을 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수는 25만9659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 전인 지난 7월(22만4805명)과 비교해 15.5%(3만4854명) 증가했다. 1년 전(3만248명)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통상적으로 여행 비수기인 지난달에도 중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는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중국인의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 전자비자 발급 수수료(1만8000원 상당)를 면제키로 한 데다 중국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6일) 등 긍정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크게 줄었던 중국인 관광객수가 방한 단체관광 허용 등으로 반등하면 국내 소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올 한 해 중국인 관광객 200만명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만 상반기(54만명)의 약 3배 가량인 15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6%포인트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다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 증가 숫자는 긍정적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및 소비 트랜드가 과거와 크게 달라져서다. 한국을 찾는 주요 중국인 관광객층이 '바링허우'(19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년대생)'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영향이다.
이들은 경복궁 등 전통적 관광지보다는 국내 MZ세대들이 주로 찾는 성수동이나 연남동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핫플레이스나 맛집 등을 주로 찾는다. 소비 트랜드도 과거와 다르다. 공항 등 면세점에서 물건을 싹쓸이하던 과거 유커와 달리 시내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와 같은 로드샵 등에서 쇼핑을 주로 한다. 소비 씀씀이도 과거에 비해 줄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경기 둔화 여파와 함께 중국 관광객이 이전 중장년 중심의 단체관광객 위주에서 MZ세대 중심의 싼커로 변화하면서 중국 관광객 소비 성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기대하는 '유커 효과'가 예상에 못미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인 관광도 단체관광보다는 개별 여행 위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단순히 관광객수 증가뿐 아니라 이들의 변화된 여행, 쇼핑 트랜드에 맞춰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중국인이 자주 쓰는 알리페이·위챗페이·유니온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 수를 대폭 늘리는 식이다.
정부가 사후면세점 즉시 환급 한도 상향을 검토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현재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전국 사후면세점에서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등이 면제된 가격으로 물품을 살 수 있고 출국 시 반출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즉시환급제도'를 운영 중이다. 현재는 1회 구입한도 50만원, 총 구입한도 250만원으로 제한돼 있는데 이 기준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가 1회 구입 한도를 7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최종 상향 수준은 70만원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후면세점이란 공항 등에 위치한 사전면세점과 달리 시내에 위치한 화장품 로드샵 등으로 가게 유리창에 '택스프리'(Taxfree) '택스리펀드'(Tax-Refund)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MZ싼커들의 접근이 용이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의 선호가 다양화되면서 과거처럼 대량 쇼핑을 하는 것을 기대하긴 어려워지는 추세"라며 "사후면세점에서의 개별적 소비가 늘고 있는 데 따라 이들의 편의를 높이면 국내 소비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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