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과 성관계 후 ‘치료비’ 뜯어낸 女공무원…피해자 극단선택

2심서 ‘징역 8개월’…1심보다 4개월 감형
기소 이후엔 ‘성폭행 당했다’ 주장하기도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대학 동창과의 성관계 중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4000만원대의 돈을 뜯어내 피해자를 극단선택으로 내몬 30대 공무원이 항소심서 감형 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제22형사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여성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원심의 선고형량인 징역 1년보다 감형된 것이다.

공무원인 A씨는 지난 2021년 3월 대학 동창인 B씨와 성관계를 하던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며 치료비를 요구했다. 성관계 도중 B씨가 A씨 본인의 어깨를 짓눌러 부상을 입혔다는 주장이었다. 치료비 명목으로 A씨가 피해자에게 뜯어낸 금액만 약 4700만원에 달한다.

조사 결과, A씨는 어깨 치료비 명목으로 뜯어낸 돈을 인터넷 쇼핑이나 보톡스 등 미용 시술비로 사용했다. 반면 B씨는 A씨에게 돈을 주고자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채 극단선택 했다.

A씨는 재판에 넘겨진 후에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당시 B씨에게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는데, 그를 형사고소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받은 것이란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성폭행 피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성폭행 이후) 합의금을 받은 것이라면 애써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와 '내 소원을 너와 결혼'이라고 말하는 식의 대화를 한 점 등으로 미루어 봤을 때 강간치상 범죄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범행 후 행보에 대해 "(피해자의) 극단선택이라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피해자를 성범죄 가해자로 취급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 또한 A씨의 유죄를 인정했으나,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A씨)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유족의 피해회복을 위해 4700여만원을 공탁한 점, 범행 전후의 상황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량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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