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킹은 없다” 홈 최종전 괴력에 차례로 고개 떨궜던 SSG·NC, 시즌 최종일까지 이어진 3위 다툼
김종국 KIA 감독은 16~17일 시즌 마지막 홈 2연전을 앞두고 일찌감치 총력전을 선언했다. 외국인 투수 토마스 파노니와 마리오 산체스까지 불펜 대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미 5강 탈락이 확정됐지만, 홈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것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약속대로 움직였다. 16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전에 선발 이의리를 내보냈고, 중간 투수로 파노니를 투입했다. 8회말 대량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은 다음엔 마무리 정해영을 올렸다. 마운드 총력전에 타자들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KIA는 NC를 4-2로 꺾었다. KIA에 덜미를 잡히면서 NC는 준플레이오프 자력 진출의 꿈이 날아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탱킹(tanking)’ 문제로 오래 고민 중이다. 최근 몇 년의 일이 아니다. 시즌 중후반 이후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희박해지면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팔아넘겨 유망주와 드래프트 지명권을 모은다. 그리고 잔뜩 헐거워진 전력으로 남은 시즌을 소화한다.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면서 미래를 준비한다. 팀으로서 합리적인 전략일 수는 있지만, 보는 팬은 흥미가 떨어진다. 각 구단의 탱킹 전략을 막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KBO는 다르다. ‘탱킹 버튼’을 누르는 사례가 드물다. 올 시즌 키움의 최원태 트레이드가 유독 화제가 됐던 것은 그만큼 전례가 없기 때문이었다. 가을야구와 무관하게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는 경우가 많다. MLB와 달리 유망주 풀이 크지 않아 탱킹의 효과가 덜하다. 모기업의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다. 1단계라도 더 높은 순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홈 최종전이면 의미가 더 각별해진다. 시즌 내내 팀과 함께 울고 웃은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겠다는 의지가 더해진다. 지난 14일 삼성이 그랬다.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SSG를 맞아 선발로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을 내세웠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를 불펜 투입했다. 8회에는 오승환을 올려 KBO 개인 통산 400세이브 대기록까지 세웠다. 시즌 성적은 실망스러웠지만, 홈 팬들을 향한 한 해 마지막 인사만큼은 인상적이었다.
KIA와 삼성의 마지막 홈 경기 총력전에 일격을 당한 팀이 공교롭게도 가을야구 순위 싸움을 벌이던 NC와 SSG였다. SSG가 삼성에 일격을 당하며 유리한 고지에 섰던 NC가 KIA의 총력전에 밀려 다시 고개를 떨궜다. 그 결과로 준플레이오프 직행이 걸린 3위 다툼은 결국 17일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이어졌다. MLB에서는 볼 수 없는 KBO만의 풍경 혹은 매력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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