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더 심해진다는데…의대 정원, 얼마나 늘리면 될까요[‘의대 정원’ 라운드업①]

김향미 기자 2023. 10. 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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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이번 주에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으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현원(3058명)보다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안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한 현안은 아닙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찬반 논쟁이 있고, 또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 규모와 어떻게 늘려야 하는지 방식을 놓고도 첨예한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주요 논의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먼저 2020년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코로나19가 유행 중이던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400명씩 총 40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합니다.

#2020년 정부 의대 정원 확대


☞ 의대 정원 10년간 4000명 증원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007232115015

당시 감염병 유행 와중에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안은 실패했습니다. 의사들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개원의부터 대형병원의 전공의·전임의들까지 ‘반대 파업’에 나섰습니다. 일부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의사들은 의료수가와 의료전달체계 등 근본적인 제도 변화 없이 의사 수만 늘리면 수도권 의사 과잉으로 이어지고, 이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안에는 ‘의사 배치 불균형’ 해소책으로 ‘지역의사 선발전형’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지역 내 공공의료 및 중증·필수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는 조건(장학금 지원)이 붙었습니다. 또 의대가 없는 전북지역에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는 안도 추진키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의료계는 반대했습니다. “정부안이 부실하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습니다.

이때의 지역의사 선발전형은 소규모 의대를 대상으로 해 ‘사립대 의대 정원 확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의사들은 ‘정원 확대’이기에 반대하고, 시민단체는 ‘국공립대가 빠졌다’며 부정적이었습니다. 공공의대는 현실적으로 설립·운영까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당장은 지역 내 상급 의료기관이 적어 수련체계가 부실하기에, 수련자 입장에서는 선호하기 어렵고 결국은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공공의대 신설 논의


☞ '원점 재논의' 공공의대, 전문가들이 내놓는 방안은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009051805001

다만 의사들의 파업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 의료 현실의 맨얼굴…‘의사 파업’이 남긴 다섯 가지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009100600055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해지면서 그해 9월4일 정부와 의협은 ‘의정합의’를 맺었습니다.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의대 정원 논의를 재개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2020년 9·4 의정합의, 논의 중단


☞ 결국 파업에 멈춰선 ‘공공의료 확충’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009042108015

그리고 2023년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지역에서, 또 필수의료 진료과목에서 ‘의료 공백’이 심각해졌습니다. 수도권 종합병원의 주말 소아과 진료가 어려워지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를 보여주는 실태들이 보도됐습니다.

올해 1월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를 재개했습니다. 의료계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입니다.

#2023년 의대 정원 논의 재개


☞ 의·정협의체 26일 재가동···의대 정원 확대 두고 갈등 재연 가능성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1251527001

#쏟아진 지역·필수의료 지원대책

정부는 1월 말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비수도권 의료 인프라를 늘리고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보상 강화, 노동강도 완화방안도 고민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때도 의사 인력과 공공병원 확충안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 응급수술에 공공수가 도입 ‘최대 3배’…의사·기관 보상 늘려 ‘급한 불’만 끈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1312109015


☞ 필수의료 대책으로 의사 보상은 늘렸지만··· 의료인력·공공병원 확충은 모호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1311718001

2월엔 소아의료체계 개선책을 발표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찾아가 “정부가 소아 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및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추가 설치하고 병·의원급 신생아실의 입원 수가를 높이는 한편, 상급종합평가 지정·평가 기준에도 전문 의료진을 많이 배치하도록 했습니다.


☞ 정부, 어린이진료센터 4곳 추가…의사 충원해야 소아의료 공백 해소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2221711001

8월엔 응급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구급대가 환자를 받을 응급실을 찾느라 전전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개선책을 마련한 겁니다. 구급대의 응급실 이송 전 환자 중증도 분류체계를 병원의 분류단계와 일치시키고, 응급실 내원 중증환자를 최종 치료하면 병원에 가산 수가를 제공한다 등의 내용입니다.


☞ ‘응급의료’ 강화 대책…구급대·병원 환자 중증도 분류체계 통일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8041153001

#‘간호법’ 블랙홀

올 상반기 복지부와 의료계의 관심은 ‘간호법 사태’에 집중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의료현안협의체는 한동안 개점 휴업 상태였습니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사 인력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PA(진료보조인력) 간호사’들은 현재 의료법상 불법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의사가 부족하기에 의사의 의료행위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죠.

5월 말 ‘간호법’이 국회 재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이슈는 수면 아래로 일단 가라앉았습니다.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불을 붙기 시작했습니다.


☞ 의대 정원 확대 논의 불붙나…의협 “기피과 문제 해결부터” vs 경실련 “1000명 증원해야”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5241715001

#“2025년 입시에 의대 정원 증원”

올 6월 ‘2025년 대학입시부터’라는 구체적인 증원 시점이 나왔습니다. 정부와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2025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는 반대 입장이지만 논의에는 참여한다”고 했습니다.


☞ 복지부·의협, 현안협의체 회의서 2025년 입시 ‘의대 정원 확대’ 합의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082238005

경향신문은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서 필요한 ‘규모’와 ‘방식’에 관해 짚어봤습니다.

#의대 정원, 얼마나 늘려야 할까

의사 구인난을 해결할 대책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됩니다. 하나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늘리는 것, 다른 하나는 지역·필수과목에서 의사가 일할 수 있도록 의료정책(인프라·보상체계)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환자들이 의료기관 문 앞에서 밀려나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쪽을 우선할 게 아니라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정부와 시민사회 쪽은 ‘현재 의사가 부족하고 더 심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복지부가 분석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건통계 2022’에서도 2020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2.5명으로 OECD 평균(3.7명)보다 적습니다. 반면 의협은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추가 배출되는 의사는 매년 늘어나고 있어 의사 부족이 아닌 오히려 의사의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합니다.

복지부가 의뢰해 보사연이 진행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 1만4334명, 2035년엔 2만7232명의 의사 공급 부족이 발생합니다.

의협의 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의사 수는 매년 3000명 넘게 증가하고 의사의 대다수가 55세 미만(2021년 기준 77%)이어서, 향후 20년 활동인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5년 2.95명, 2035년 3.91명으로 추정된다면서 향후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3058’을 넘어서①]2035년에는 의사 2만명 부족하다는데···의대 정원, 얼마나 늘려야 할까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141703011

현재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을 이번에 다시 늘리는 안, 국립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500명가량 늘리는 안 등이 거론되다가 최근에는 예상을 뛰어넘어 증원 규모가 1000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 수, 어떻게 늘려야 할까

‘의사 과잉’을 주장하는 의사단체도 비수도권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가 없다’는 사실에는 공감합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지역·필수의료 인프라 확충, 보상체계 개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지역의대 지역인재전형 확대 등을 정책 패키지로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죠.


☞ [‘3058’을 넘어서②]공공의대? 지역의사제?···의대 정원, 어떻게 늘려야 할까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181607001

그런데도 의사들이 수도권을 선호할 수 있기에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신설’이라는 두 제도에 대한 요구 목소리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지역의사제는 정부와 의사가 계약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복무의무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일본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의사제는 의사의 직업 선택권 및 이동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부분에서 향후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공공의대는 법률로써 의사의 공공복무의 책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20년 때처럼 공공의대 신설의 효과성을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두 제도의 도입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 조규홍 복지장관 “의대 정원 2025년 입시부터 확충…공공의대 신설은 신중해야”[국감 2023]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0111436001

그럼 정부의 의대 정원 방안은 무엇일까요. 아직 확실하게 발표된 것은 없습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역의대의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추진한다고 공언하긴 했지요. 복지부는 현재 교육부 소관인 국립대병원을 복지부로 이관해오고, 국립대 의대 위주로 정원을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정원이 적은 지역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역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역에 남아 일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 정부, 의대정원 ‘1000명 이상’ 확대안 발표 전망…의사단체 “투쟁”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0151449001

정부는 오는 19일 2025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더 읽어보기


☞ [‘의대 정원’ 라운드업②]‘의사가 없어’ 환자가 죽는다고?···지금 의료현장에선 무슨 일이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0171608001


☞ [뉴스레터 점선면] 그럼 의사들은 어떻게 하자는 걸까?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090700011


☞ 18년째 3058명···의대 정원 확대할 때 병든 시스템에도 ‘처방전’을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030900021


☞ 민주당 “의대 정원 확대 환영···공공의대·지역의사제도 함께 이뤄져야”
     https://www.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2310171136001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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