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10년 “양적투자서 질적투자”로 전환…시진핑, 정상포럼서 새 방향 제시할 듯
중국이 10년을 맞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양적 투자에서 질적 투자 위주의 프로젝트로 전환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통해 녹색 발전과 디지털 경제 등을 화두로 내세우며 일대일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제시한 지 10년을 맞아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17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포럼은 이날 기업가 대회와 시 주석이 주재하는 환영 연회를 시작으로 18일까지 이어진다. 시 주석은 18일 열리는 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일대일로 10년의 성과를 결산하며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년을 맞은 일대일로 구상은 그동안 양적 투자 확대에 집중해 왔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관련국에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등 대형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10년간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도상국 등에 투자한 돈은 1조달러(약 1352조원)가 넘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사업이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들을 ‘부채의 함정’에 빠트린다는 비판을 받는 데다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도 점차 둔화되면서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대형 인프라 건설 위주이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작고 아름다운’ 프로젝트로 초점을 옮겨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앞서 시 주석은 2021년 11월 열린 제3회 일대일로 심포지엄에서 “지속가능한 고품질의 작고 아름다운 프로젝트가 해외 협력의 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의 차관 공여 정책은 실제 소규모·단기 상환 프로젝트 위주로 전환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감소가 이를 방증한다. 보스턴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85억달러(약 38조5000억원)에 달했던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지난해 9억9450만달러(약 1조3451억원)까지 줄었다. 또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평균 계약 규모는 2021년 5억5800만달러(약 7547억원)에서 지난해 3억2500만달러(약 4396억원)로 줄어든 것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문제연구소(SAITA)는 분석했다. 이 같은 사업 규모의 축소는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있어 양보다 질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번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계기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방향 전환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인프라 건설을 위한 과다한 차관 제공은 중국에도 돌려받지 못하는 악성 채무가 증가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은 2020년부터 지난 3월가지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중국이 관련국에 제공한 부채 가운데 785억달러(약 106조원)가 탕감되거나 재협상을 통해 상환 기간을 연정했으며, 이는 2017∼2019년에 탕감 또는 재협상된 부채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이런 역풍에 직면하면서 일대일로를 더 작고 친환경적인 것으로 만들면서 디지털 금융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같은 첨단 기술 프로젝트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향 전환 움직임은 중국이 이번 정상포럼의 주제를 ‘일대일로 고품질 공동건설’로 정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18일 열리는 고위급 포럼이 상호연결과 녹색발전, 디지털 경제를 주제로 열리는 것도 향후 일대일로가 추구하는 방향을 짐작케 한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이번 정상포럼을 계기로 일대일로 건설 10년의 귀중한 경험을 총결산하고, 새로운 시기 고품질 공동 건설을 위한 일대일로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릴 것”이라며 “이번 포럼에서는 일대일로의 고품질 공동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위한 다음 단계 협력 방향과 핵심 분야를 명확히 하는 의장 성명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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