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끌려간 우크라 어린이 4명 집으로···카타르 중재로 러·우크라 합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 강제로 끌려갔던 우크라이나 어린이 4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에 강제로 끌려간 우크라이나 어린이 4명을 가족들에게 돌려보내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7세 소년은 지난주 모스크바 주재 카타르 대사관에서 할머니를 만난 뒤 에스토니아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다. 2세 소년은 이날 모스크바 주재 카타르 외교관에게 인계됐다. 9세 소년과 17세 소녀는 이번주 중 가족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어린이 약 2만명이 보호자 동의 없이 러시아로 보내졌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러시아로 불법 이주시킨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ICC는 러시아의 어린이 불법 이주는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러시아는 전쟁범죄 혐의를 부인하면서 전쟁 지역에서 취약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해왔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러시아 연방으로 강제 추방된 어린이 4명을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받은 카타르가 몇 달 간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한 끝에 이뤄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쟁 중 러시아에 강제로 끌려간 어린이들 중 약 400명이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사국들 간 합의를 통해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P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논쟁적이고 민감한 사안에서 이뤄진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합의를 통해 얼마나 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송환 대상 어린이 명단은 수천명인 반면 이에 상응하는 러시아 측의 명단은 수백명에 불과하다고 WP는 전했다.
카타르는 지난달 미국과 이란의 이란 동결 자금 해제 합의도 중재하는 등 최근 협상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WP는 “걸프만의 이 작은 나라(카타르)는 글로벌 위기에서 종종 주요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소재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엘람 파크로 연구원은 “카타르는 미국의 유일한 비나토 동맹국이자 미국 제제 대상인 하마스, 탈리반, 이란 등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카타르는 미국과 서방에 자신이 왜 유용한지 입증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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