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그들만의 육아휴직
(서울=뉴스1) = 작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가임(15~49세) 여성 1인당 0.7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하반기에도 부진이 이어지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명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구감소는 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이기에 정부는 지속해서 관련 정책들을 개선하거나 확대하는 등 다양한 조처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육아휴직 제도 개편이다.
정부는 2024년 하반기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1995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육아휴직 기간이 연장된다고 홍보하지만,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부모 모두 3개월 이상의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각각 3개월 동안 첫째 달 상한액 200만원, 둘째 달 상한액 250만원, 셋째 달 상한액 300만원의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던 것을 각각 6개월 동안 상한액 45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부모 중 한 사람만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1년간 월 상한액과 하한액이 150만원과 7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한액 450만원은 파격적이다.
단독 육아휴직 사용 시 월 상한액인 150만원의 육아휴직급여를 받는다고 하면, 사후지급금(육아휴직 중인 근로자가 휴직 중 급여의 75%를 받고, 복직 후 6개월 이상 계속 근로한 것이 확인되면 나머지 25%를 받는 제도)을 빼고 월 112만5000원을 지급받는다. 2023년도 최저임금은 월 210만580원으로, 단독 육아휴직 사용자는 최고액을 가정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적은 육아휴직급여를 받게 된다.
아마도 정부의 육아휴직 제도 개편은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가구가 얼마나 될까? 여건이 되지 않아 주양육자가 단독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육아휴직은 자녀 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즉, 휴직자가 어머니이든 아버지이든 동시 휴직을 낸 아버지와 어머니이든 가정과 직장의 양립을 지원해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경제활동참가율 제고를 도모하는 것이 정책목표다. 그렇다면 영유아 자녀를 양육하는 대부분의 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2021년 기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99.9%는 중소기업(「중소기업기본법」 상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로, 업종별 기준 요건은 다르나 공통적으로 상시 근로자 1000명 이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직전 3개 연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이상인 경우는 중소기업에서 제외)이고 전체 근로자의 81.3%가 중소기업 종사자다.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부모가 일손이 부족한 회사의 사정을 눈감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휴직급여를 받으며 육아휴직을 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유아를 양육 중인 대부분의 근로자에게는 어머니의 육아휴직 사용이 회사에 부담이 되어 휴직 후 직장에 돌아오기가 어려운 일이 되지 않도록 돕는 것, 아버지의 월급(통계청의 2021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월 266만원)과 어머니의 육아휴직 급여(112만 5,000원)로도 빠듯하지 않게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 아동수당이나 부모 급여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는 대신 영유아 자녀에게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아버지의 육아 참여 지원보다 선결되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지원금과 대체인력 지원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연속 허용한 사업주에게 첫 3개월간 200만원을 지급하고, 이후에는 월 30만원씩, 대체인력을 고용하면 월 80만원씩 지급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소기업 육아휴직 지원 제도가 근로자의 육아휴직 활용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효과 분석은 아직 부재하다. 중소기업 사업주 입장에서 정부의 지원이 적정한지, 육아휴직 중인 숙련된 근로자를 대체할 인력을 구할 수 있는 인력풀이 충분한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육아휴직 제도를 다듬어 아버지의 육아 참여를 높일 수 있다면, 그리하여 양성 평등한 육아 문화가 정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육아휴직 제도가 일부 근로자들만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그들만의 육아휴직’이 되지 않도록, 좀 더 많은 정책 대상이 제도 안으로 들어올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금전만으로 충분한지, 대체인력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지는 않을지,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어떠한 방식으로 완화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는 것이 타당할지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 1992)’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여자 프로야구를 다룬 영화로, 한국에서 쓰이는 부정적인 의미와는 달리 비주류에게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제목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육아휴직 제도가 다양한 사람들의 이러저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좀 더 많은 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이 아이 낳아 키울만한 괜찮은 사회가 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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