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의대 증원 반대했던 100만 의사 유튜버, 이번엔 “분위기 다르다”

이가영 기자 2023. 10. 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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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구독자 113만명을 보유한 의사들의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측이 17일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구독자들의 의견 표명 요구가 거세지던 가운데 나온 입장문이다. 앞서 닥터프렌즈 출연진은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당시 확고한 반대 의사를 밝혔었다. 닥터프렌즈 측은 의사 수 증원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의사들의 파업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닥터프렌즈 출연진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씨는 이날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씨는 “3년 전 공공의대 정책이 발표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화됐다”며 “정책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의견을 표명하라는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렸다”고 했다. 이에 의료 현안의 당사자인 닥터프렌즈 출연진은 영상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이후 무수히 많은 비난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이씨는 “심지어 살해 협박에도 시달렸다”며 “후회가 된다. 없던 일로 하고 싶기도 하다”고 했다.

이씨는 “혼란스러운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이씨는 “의사 수를 늘려 경쟁이 늘어나면 사실상 기피과가 되어버린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쪽으로 가는 의사들이 늘어날 거란 기대가 있다”며 “이미 전문의 자격을 딴 인원들마저 미용 진료로 빠지는 지금, (정원 확대는) 적절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씨는 “그렇다고 해서 제 개인적인 생각에 또다시 파업과 같은 격렬한 투쟁이 있을 것 같진 않다”며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생각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주위의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의사도 사람”이라며 “이미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은 바람이 되어 흩날린지 오래고, 예견했던 대로 필수의료는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동일한 정책이 나왔으니 반대는 하겠으나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많이 잃어버린 듯하다”고 했다.

이씨는 또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지방의료 회복 부분에 관해서는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현재 수가로는 환자 수가 적어 병원 운영이 어려워 보이는 지방으로 향하는 사람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현재 지방 거점 병원 역할을 하는 병원들을 지원하면서 정해진 지방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야 하는 정원 외 인원을 늘린다면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현재 수준의 의료시스템은 유지가 되었으면 하고, 이를 유지하는데 무턱대고 하는 의사 수 증원이 도움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제 생각이란 것도 어쩌면 저도 모르게 밥그릇 싸움 혹은 동료의식의 영향을 받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일정, 방식 등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정원을 4000명 늘릴 계획을 발표했지만 의사 파업으로 추진을 중단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총력 대응을 예고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16일 성명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기정사실로 한 보도가 의료계에 경악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의협은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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