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심 중동으로 옮겨져…중·러는 이-팔전쟁 수혜자"
"러, 확실한 수혜자…중국 대만문제 관련 반사 이익"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변화로 중국과 러시아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은 단순히 지역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자원을 확장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고, 중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하마스가 지난 7일 잔혹한 공격을 가해 이스라엘 민간인 14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 미국의 주요 지정학적 라이벌(중러)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 등이 지원하는 국제체제를 훼손해 온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은 (현재 정세를 이용해) 미국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미국이 관심이 중동에 집중되면서 러시아는 (이런) 격변으로 확실한 수혜자가 되고 있다”면서 “러시아 정부는 팔레스타인 측 인명피해가 급증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 대응조치를 보면) 서방정부의 위선을 폭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관심을 분산시키는 (이팔) 분쟁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러시아인들은 이스라엘 분쟁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어질수록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전술적으로 승전할 가능성이 높고, 서방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서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중국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자국의 이익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신장지역의 위구르족을 탄압하면서 이를 테러리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기습공격을 묘사할 때 테러리즘이라는 표현을 자제해 왔다.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중국인 4명이 사망했고 3명이 인질로 잡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정부는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았다.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런 국면이 형성된 것은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권리들이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스라엘의 대처는 자위권 행사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만을 두고 미국과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온 중국의 입장에서 중동문제로 미국의 관심을 딴 데로 쏠리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마스가 도발한 이번 전쟁은 중국의 경쟁상대인 인도에도 타격을 입혔다. 지난달 인도는 미국 등과 함께 중국 일대일로 대항마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의 핵심 요소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 정상화가 이팔 전쟁으로 무산됐고, 이 구상의 미래도 불투명해진 것으로 평가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중동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지원은 더 줄어들 수 있고, 우크라이나도 이런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
WSJ는 "반면 이번 중동위기는 미국이 이 지역과 세계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상기시키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의 수교를 중재하면서 지역 진출 움직임을 보였지만, 위험이 커지자 존재감이 없어졌다”며 반면 “미국은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항공모함 2대를 파견하고 국무장관을 보내는 등 모습을 보였다”고 부연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 USA아시아센터의 고든 플래이크는 "중동에서 중국의 주요 영향력은 시장 접근과 투자 접근 즉 경제력“이라면서 ”그들은 아직 그 지역에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결책과 관련해 아무도 중국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베이징에서 열릴 회담에서 이-팔 전쟁 등 중동정세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미국 견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며 이팔 전쟁 등에 대한 입장도 밝힌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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