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만에 시청률 두 배 껑충...'힘쎈여자 강남순' 파죽지세의 비결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0. 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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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닮은 ‘힘쎈여자 강남순’, 확실한 사이다 한 방의 괴력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수직 상승이다.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의 시청률 이야기다. 첫 회 4.2%(닐슨 코리아)로 소소한 듯 시작했지만 매 회 2%씩 상승하더니 4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에 육박하는 9.7%를 기록했다. MBC <연인>, SBS <7인의 탈출>, tvN <아라문의 검> 같은 쟁쟁한 드라마들이 주말에 포진되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힘쎈여자 강남순>의 상승세는 독보적이다. 글로벌 반응도 심상찮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힘쎈여자 강남순>은 전 세계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분 전체 4위에 올랐다(플릭스 패트롤, 17일 기준). 무엇이 이런 파죽지세를 만들어낸 걸까.

<힘쎈여자 강남순>은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다. 강남순(이유미)이라는 판타지 캐릭터 또한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대대로 힘쎈 여자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다. 그 아이가 몽골에서 부모를 잃어버리고 그곳에서 자란 후 부모를 찾으러 강남에 오고, 부모를 찾은 후에는 이곳에서 만난 마약반 형사 강희식(옹성우)을 도와 마약 범죄를 소탕하는 게 이야기의 전부다.

슈퍼히어로의 초능력으로서 '힘이 세다'는 설정 자체가 단순하다. 하늘을 날아다닌다거나 재생능력을 갖고 있다거나 남다른 초감각을 갖고 있는 식의 <무빙>에서 보여줬던 초능력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 강남순이라는 인물은 마치 아이처럼 해맑다. 그러니 스토리에 있어서도 범죄 수사 같은 사건들 속에서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거나 하는 그런 복잡함이 별로 없다.

잃어버린 딸을 애타게 찾아온 강남순의 엄마 황금주(김정은) 앞에 가짜로 딸 행세를 하는 사기꾼 이화자(최희진)가 나타났을 때도, 어딘가 진짜와 가짜 찾기로 이야기를 꼬아 놓을 듯 싶었지만 드라마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몽골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의 사고를 막기 위해 강남순이 초능력을 쓰자 그걸 감응하는 황금주가 쉽게 진짜 딸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전혀 꼬이지 않았다.

강남순과 황금주가 재회하는 과정도 일종의 '출생의 비밀' 코드처럼 배배 꼬아 만날 듯 말 듯 하는 그런 전개를 선택하지 않았다. 황금주가 강남순의 엄마라는 사실을 감지한 강희식이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으로 일단락된 것. 이처럼 <힘쎈여자 강남순>은 그간의 드라마투르기적 방식으로써 극적 갈등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그런 구시대적 선택들을 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꼬기보다는 시원시원하게 이야기를 앞으로 펼쳐낸다고나 할까.

스토리를 단순하게 했지만 대신 임팩트는 확실하게 만들었다. 황금주와 강남순의 재회 장면은 짧지만 황금주가 "남순아"하고 부르고 "이리와"라고 손을 내미는 장면 하나로 먹먹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잃어버렸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같은 이야기를 줄줄이 이어붙이지 않아도 두 사람이 모녀 사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화재 현장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는 상황 속에서 재회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꼬인 곳이 없고 다소 단순하지만 시원시원하게 펼쳐지는 대신, <힘쎈여자 강남순>은 풍자적 코미디적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 놓았다. 몽골의 삶과 비교되는 강남의 삶을 병치하는 것으로, 강남순과 그가 만난 꽃거지들의 당당함은 빵빵 터지면서도 자본의 삶이 가진 부조리를 폭로하고 비틀어댄다. 무엇보다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여성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강남 한 복판에서 이를 전복시키는 힘 센 여자들의 맹활약은 보는 이들을 통쾌하게 만드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나약한 놈들 때려잡는 우리가 왔다!'라는 포스터의 캐치프레이즈처럼, <힘쎈여자 강남순>은 약하다 치부되는 여성들의 전제를 뒤집는 힘쎈 여자들을 세워 '나약한 놈들' 때려잡는 이야기를 판타지로 그려낸다. 물론 여기서 '나약한 놈들'은 중의적 표현이다. '나 (마)약한 놈들'이라는 의미 또한 담겨 있으니.

<힘쎈여자 강남순>의 파죽지세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가진 정서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결과는 뻔하지만 배배 꼬아놓은 이야기나 답답한 고구마만 가득한 이야기 대신 시원시원하게 풀어지는 이야기를 지금의 시청자들은 더 원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응원하고 지지하고픈 강남순 같은 착하고 선한 히어로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정서는 이미 우리가 영화 <범죄도시>가 연거푸 천만 영화를 달성하는 그 놀라운 신드롬 속에서 이미 한차례 봤던 것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살기 퍽퍽해진 현실 속에서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확실한 사이다의 효능감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변화가 이 드라마의 파죽지세에서 읽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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