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선]8년 만에 정권교체…야당 리더가 ‘하트’를 꺼낸 이유
캠페인 상징물 ‘폴란드 국기 색상 하트’로 시민 지지 끌어내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야당 연합의 리더 투스크는 폴란드 국기의 색상과 같은 흰색 바탕에 빨간색 테두리로 그려진 ‘하트’ 표식을 가슴에 붙인 채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해 왔다. 그가 폴란드 국기 색상과 같은 색상의 하트를 선거 상징물로 채택한 것은 반대파가 ‘친독일 매국노’라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법과정의당의 리더인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부총리는 “투스크는 중도 우파 성향이어서 친 EU 기조를 띈다”면서 유권자들이 민족주의를 자극해왔다.
카친스키 부총리는 2014~2019년간 투스크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역임한 것을 들어 유권자들에게 “도날트 투스크는 폴란드의 진짜 적이다. 이런 사람이 폴란드를 통치하면 안 된다. 그의 정치를 독일로 가져가 이곳(폴란드)가 아닌 그곳(독일)에 피해를 입히게 하라”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카친스키 부총리는 투스크를 비롯한 야권 연합 일부가 국영 기업의 민영화를 지지한다면서 총선 때 국영기업 민영화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제안했다. 그는 “부의 흐름이 폴란드인의 손에 남을 지 여부를 정할 것”이라며 야권 연합을 공격했다.
또 다른 금융계 출신 여당 정치인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투스크는 폴란드를 떠나 큰 돈을 벌기 위해 브뤼셀에서 독일의 이익을 위해 봉사했지만, 난 폴란드에 봉사하기 위해 고연봉을 포기했다”고 투스크를 비난하기도 했다.
투스크는 ‘하트’를 선거 상징물로 채택하며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폴란드가 있다”는 전략으로 맞섰다. 자신을 매국노로 몰아세우려는 여당의 공격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상징물로 택한 것이 하트였던 것이다.
같은 시간 집권 여당 법과정의당은 764만485표(35.38%) 득표에 그치면서 단독정부 구성은 물론, 극우 성향의 자유독립연맹당(154만7299표·7.16%)과 연정 구성에 나서도 득표율 42.54%로 하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231석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았다.
이번 총선은 폴란드 국민들 사이에서 공산주의에서 벗어나 처음 민주화를 이뤄낸 1989년 선거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로 여겨졌다. 폴란드 선관위에서 공개한 이번 총선 투표율은 74%에 달했다.
투스크는 선거를 2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야권 연합 지지율이 여당보다 몇 퍼센트 정도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100만 하트의 행진’을 시작했다. 투스크는 올해 6월 4일 50만명의 군중이 몰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성공에 착안해 야권 연합 지지세력의 결집을 노렸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평가했다.
지난 5월 집권당 법과정의당은 폴란드 내 러시아 영향력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과거 합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을 통해 향후 10년간 공직에서 배제시키는 조항 등을 포함시켜 폴란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EU 집행위원회에서도 폴란드 정부의 ‘러시아 영향력 조사 위원회’ 설치에 대해 ‘공식 통지서’를 보내 향후 EU 집행위의 개선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폴란드에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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