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선]8년 만에 정권교체…야당 리더가 ‘하트’를 꺼낸 이유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3. 10. 17. 15: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야권 연합 수장 투스크, 반대파선 “독일 매국노”라 공세
캠페인 상징물 ‘폴란드 국기 색상 하트’로 시민 지지 끌어내
폴란드 야권 연합의 수장 도날트 투스크 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전 폴란드 총리)이 15일(현지시간) 바르샤바 내 시민연합 본부에서 총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폴란드 야권 연합이 8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승리 배경으로 야권 연합의 수장 도날트 투스크 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전 폴란드 총리)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가운데, 총선 캠페인 기간 동안 그가 강조했던 ‘하트’가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야당 연합의 리더 투스크는 폴란드 국기의 색상과 같은 흰색 바탕에 빨간색 테두리로 그려진 ‘하트’ 표식을 가슴에 붙인 채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해 왔다. 그가 폴란드 국기 색상과 같은 색상의 하트를 선거 상징물로 채택한 것은 반대파가 ‘친독일 매국노’라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법과정의당의 리더인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부총리는 “투스크는 중도 우파 성향이어서 친 EU 기조를 띈다”면서 유권자들이 민족주의를 자극해왔다.

카친스키 부총리는 2014~2019년간 투스크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역임한 것을 들어 유권자들에게 “도날트 투스크는 폴란드의 진짜 적이다. 이런 사람이 폴란드를 통치하면 안 된다. 그의 정치를 독일로 가져가 이곳(폴란드)가 아닌 그곳(독일)에 피해를 입히게 하라”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카친스키 부총리는 투스크를 비롯한 야권 연합 일부가 국영 기업의 민영화를 지지한다면서 총선 때 국영기업 민영화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제안했다. 그는 “부의 흐름이 폴란드인의 손에 남을 지 여부를 정할 것”이라며 야권 연합을 공격했다.

또 다른 금융계 출신 여당 정치인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투스크는 폴란드를 떠나 큰 돈을 벌기 위해 브뤼셀에서 독일의 이익을 위해 봉사했지만, 난 폴란드에 봉사하기 위해 고연봉을 포기했다”고 투스크를 비난하기도 했다.

투스크는 ‘하트’를 선거 상징물로 채택하며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폴란드가 있다”는 전략으로 맞섰다. 자신을 매국노로 몰아세우려는 여당의 공격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상징물로 택한 것이 하트였던 것이다.

지난 15일 야권 연합의 폴란드 총선 승리가 유력해지자 도날트 투스크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전 총리)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야당 선거 캠페인의 상징물인 ‘하트’ 코스로 조깅을 했다고 공개했다. <출처=인스타그램>
투표율 74% 달해... 1989년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
17일 오후 4시 현재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하원 의석 투표 결과 야권 연합을 구성하는 시민연합(662만9145표·30.7%), 제3의길 연합(311만534표·14.4%), 신좌파당(185만8971표·8.61%)로 과반수 지지율인 53.71%를 확보하면서 야권 연합에 의한 정권교체가 기정사실이 됐다.

같은 시간 집권 여당 법과정의당은 764만485표(35.38%) 득표에 그치면서 단독정부 구성은 물론, 극우 성향의 자유독립연맹당(154만7299표·7.16%)과 연정 구성에 나서도 득표율 42.54%로 하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231석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았다.

이번 총선은 폴란드 국민들 사이에서 공산주의에서 벗어나 처음 민주화를 이뤄낸 1989년 선거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로 여겨졌다. 폴란드 선관위에서 공개한 이번 총선 투표율은 74%에 달했다.

투스크는 선거를 2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야권 연합 지지율이 여당보다 몇 퍼센트 정도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100만 하트의 행진’을 시작했다. 투스크는 올해 6월 4일 50만명의 군중이 몰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성공에 착안해 야권 연합 지지세력의 결집을 노렸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평가했다.

지난 5월 집권당 법과정의당은 폴란드 내 러시아 영향력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과거 합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을 통해 향후 10년간 공직에서 배제시키는 조항 등을 포함시켜 폴란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EU 집행위원회에서도 폴란드 정부의 ‘러시아 영향력 조사 위원회’ 설치에 대해 ‘공식 통지서’를 보내 향후 EU 집행위의 개선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폴란드에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