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시다, 야스쿠니 공물 봉납 유감”
정부가 1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이어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 정부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 기간 일 측 주요 인사들의 참배와 공물 봉납 동향을 주시해 가며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이날 기시다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시작되는 추계 예대제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신사 제단 좌우에 바치는 비쭈기나무 화분)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앞서 기시다 내각 각료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전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사비로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
일본 최대 규모 신사인 야스쿠니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청일전쟁·러일전쟁·만주사변·제2차 세계대전 등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과 민간인 246만여명이 합사돼 있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기대하는 ‘성의 있는 호응’과 배치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전후로 일본 정부에 강제동원(징용) 제3자 변제 해법을 제시하며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와 ‘2023 외교청서’에서 독도 영유권과 강제동원 등 한·일 주요 현안에 대한 서술을 왜곡하는 등 한국 정부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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