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운전자 할머니 불송치

타고 있던 손자 사망... 본인도 크게 부상
경찰 “운전자 과실로 삼기엔 증거 부족해”

사고 당시 차량.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아이가 숨진 것과 관련해 당시 차량을 몰아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친할머니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됐다.

17일 유가족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리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분석 감정 결과만으로 할머니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불송치 이유에 대해 “국과수 감정 결과는 제동 계열에 작동 이상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아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는 실제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차량 운행 중 제동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 예기치 못한 기계의 오작동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또한 아니어서 해당 분석 결과를 피의자의 과실에 의한 사고임을 뒷받침할 자료로 삼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사고는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할머니 A씨(68)가 몰던 국내 소형 SUV 차량이 앞서 가던 차량을 들이받은 뒤 600m 가량을 더 질주해 수로에 추락했다.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12살 손자가 숨지고, 큰 부상을 입은 A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교통사고특례법에 따라 입건됐다.

사고 직후 유가족은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하며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 급발진 의심사고 시 제조사가 직접 차량 결함 유무를 입증하도록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냈고 5만명이 동의하면서 관련법 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