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게 빛나는 재즈 애니…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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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눈이 내린다.
중학생 때 우연히 본 재즈 공연에서 색소폰에 반했다.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서다.
다이는 도쿄의 한 재즈 클럽에서 천재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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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눈이 내린다. 눈을 맞으며 색소폰을 분다. 입술이 터져 피가 나는데도 멈출 줄 모른다. 중학생 때 우연히 본 재즈 공연에서 색소폰에 반했다. 무작정 덤벼들어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불고 또 불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일본 수도 도쿄로 상경한다.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서다. 18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는 무명 연주자 다이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다이는 도쿄의 한 재즈 클럽에서 천재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난다. 서로의 능력을 알아본 둘은 함께 연주하기로 한다. 여기에 다이의 고등학교 동창 슌지가 합류한다. 대학교 축구팀을 그만둔 그는 남은 미련을 난생처음 접한 드럼에 쏟는다. 셋은 밴드 재스(JASS)를 결성하고 일본 최고의 재즈 클럽 ‘소 블루’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시즈카 신이치 작가가 2013년부터 연재한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각종 만화상을 받았고, 시리즈 누적 1100만부 넘게 팔렸다. 20대 미국 유학 시절 재즈를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은 작가는 “재즈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재즈 만화를 그렸다. “만화책에서 음악이 들린다”는 극찬을 받더니 끝내 실제 음악을 품은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졌다. 내용이 방대해 티브이(TV) 시리즈로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작가는 극장판을 고집했다. 최고의 음향을 느끼려면 극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상영시간 120분 중 30분이 라이브 연주 장면일 정도로 음악 비중이 높다. 2011년 미국 그래미 ‘컨템퍼러리 재즈 앨범상’을 받은 일본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음악을 만든 건 물론, 유키노리가 피아노 치는 장면에서 직접 연주했다. 다이의 색소폰은 오디션에서 선발된 바바 도모아키가, 슌지의 드럼은 유명 연주자 이시와카 슌이 맡았다. 실제 재즈 음반이나 다름없는 오에스티(OST)도 발매됐다. 엘피(LP)는 벌써 품절됐다고 한다.
재즈를 몰라도 상관없다. 세 주인공이 질주하고 좌절하고 도약하는 과정 자체가 극적인 청춘 성장 드라마다. 라이브 연주 장면을 실제보다 과장해 표현한 대목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음악의 감흥을 증폭시키는 데는 나름 성공적이다. ‘블루 자이언트’는 온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붉은빛을 넘어 푸르게 빛나는 별을 뜻한다. 재즈계에선 엄청난 무대를 펼친 연주자를 일컫는다고 한다. 재스의 마지막 무대는 그야말로 푸르게 달아오른다.
애니메이션은 원작 단행본 1~10권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마지막 결말은 원작과 조금 다르다. 더 극적으로 연출한 마지막 장면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는 순간 미친 듯이 손뼉을 치고 싶어질 수도 있다. 참지 않아도 된다. 멋진 재즈 무대에 박수를 보내는 건 흠이 아니다. 극장이라고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원작은 다이의 유럽 진출기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 다이의 미국 진출기 ‘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로 이어진다. 애니메이션의 짧은 쿠키 영상은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심어준다. 서울 이태원 재즈 바 부기우기에선 개봉을 기념해 16~22일 ‘블루 자이언트 위크’ 공연을 연다. 오에스티를 라이브 연주로 들을 수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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