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마' 원조다운 '힘쎈 여자 이유미''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0. 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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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연기 천재'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연예계이지만 재야의 숨은 고수가 빛을 보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배우 이유미(29)의 JTBC 토일극 '힘쎈 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이경식) 대박 시청률이 그저 수치로만 읽히지 않고 응원을 절로 부르는 이유다. 이유미야말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인물. 긴 무명 생활에도 포기하지 않고 연기력을 다지며 기어코 값진 '성공 신화'를 썼기에. 더욱 박수를 받고 있다. 온전히 노력의 결실로 얻은 성과, 청춘들의 귀감이 되는 활약을 펼치며 진정한 안방극장의 여왕으로 우뚝 섰다. 

사실 이유미는 이미 2021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감독/각본 황동혁)으로 글로벌 스타로 거듭나고,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2022)· 영화 '인질',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 등으로 대세 입지를 확고히 굳힌 현재 가장 핫한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러기에  '힘쎈 여자 강남순' 흥행 홈런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미가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보냈던 무명시절을 안다면 그 의미와 지나온 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고상하게 날아오른 날갯짓보다 물밑에서 죽을힘을 다해 발길질을 해대며 오늘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던 것.  

이유미는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 2009년 CF 모델로 데뷔, 15년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다. 하지만 이중 10년이 넘는 세월을 무명으로 보냈다. 그럼에도 이유미는 꾸준하게 문을 두드리며 독립영화 '박화영'(2018)· 드라마 '땐뽀걸즈'로 존재감을 점차 키웠다. 작은 체구와 상반되는 괴물과도 같은 들끓는 에너지로 어떤 캐릭터든 씹어 먹으며 차세대 신 스틸러로서 가능성을 과시한  것. 

/사진=JTBC '힘쎈 여자 강남순'

'오징어 게임'은 갑자기 다가온 기회가 아니었다. 이유미는 전작인 영화 '인질' 또한 무려 1,000 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역할을 따낸 준비된 배우였다. 베테랑 배우 황정민 옆에서도 기죽지 않고 강한 존재감을  발산한 이유미다. 

결국 이유미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다시 없을 기회를 잡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그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2021)로 평단의 인정까지 받으며 비로소 배우로서 만개했다. 그는 이 영화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2022)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 3관왕을 달성하는 영예를 안았다. '오징어 게임'으론 미국 에미상 수상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대기록을 세웠다.

이유미가 더욱 놀라운 건 '오징어 게임' 성공 이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점.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한창일 당시에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유명한 일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성실하고 단단한 성품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이유미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관심이 빵! 해서 얼떨떨했다. 너무 신기한데 인기를 실감하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제가 누구인지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오징어 게임' 출연자에 쏠린 폭발적인 관심이 한바탕 지나가고 다시금 배우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맞이한 이유미. 타이틀롤은 데뷔한 지 15년 만에 처음 맡았기에 '힘쎈 여자 강남순' 역시 '오징어 게임' 못지않게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힘쎈 여자 강남순'의 흥행 성패가 여러모로 그의 배우인생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 영리하게도 이유미는 '힘쎈 여자 강남순' 그 자체로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며 배우로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열연의 포텐이 터지기도 했지만 그간 증명한 올곧은 태도와 무시하지 못 할 내공이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나며  시청률을 10%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아이처럼 순수한 강남순에 완벽히 빙의한 이유미의 진정성 있는 연기력이 일품, 만인의 인생작으로 남을 만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드라마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사기꾼을 쏘다니게 두는 한국의 자본주의, 법도 마음에 안 든다. 내가 싹 다 바꿔버릴 거다"라는 뜬구름 잡는 강남순의 일성도, 맨손으로 비행기를 멈추는 만화적인 괴력 설정에도 설득력을 부여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제 '힘쎈여자 강남순'이 고작 4부가 방영됐음에도 김정은(황금주 역)과 절절한 모녀 케미, 옹성우(강희식 역)와는 달달한 로맨스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전한 이유미. 오는 21일 오후 10시 30분 전파를 타는 5회에선 옹성우와 무르익은 멜로와 본격적인 마약 잠입 수사가 예고되며 이유미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힘쎈여자 강남순'의 방송이 모두 끝난 날. 이유미는 더 이상 물밑에서 발길질을 하지 않고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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