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북미 최초 태양광 수직계열화···카터스빌 공장 가보니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공항에서 북서쪽으로 84km 떨어진 카터스빌에는 130만㎡(약 40만평) 규모의 북미지역에서 유일한 통합 태양광 생산기지가 지어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찾은 카터스빌 공장 건설 현장은 기초 공사와 장비 반입이 동시에 이뤄져 혼잡했다. 건설 현장에는 450명가량의 현장 인력과 80여대 중장비가 투입된 상태였다. 올해 3월 20일 시작된 공사는 9월 말 기준, 전체 공정의 17%까지 진행됐다. 내년 4월에 태양광 모듈이 생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1년 만에 공장이 가동되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내년 말 상업 생산을 목표로 카터스빌에 총 3조원을 투자해 3.3GW(기가와트)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생산단지를 건설 중이다. 현재 1.7GW 규모인 한화솔루션의 미국 내 모듈 생산 능력은 올해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달튼 2공장에 이어 내년 4월 카터스빌에서 모듈 생산이 시작되면 총 8.4GW로 늘어난다.이는 북미 최대 규모로, 미국 가구 기준 약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다.
특히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가치사슬) 5단계에서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제품을 생산하는 카터스빌은 한화솔루션 북미사업에 핵심으로 떠올랐다. 4개 제품 생산을 수직계열화 하기는 북미에서 처음이다. 폴리실리콘은 오는 11월부터 한화가 대주주인 ‘REC실리콘’의 미 워싱턴주 공장에서 가져올 예정이다.
전체 공장은 L자형으로 잉곳·웨이퍼·셀·모듈동 순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공사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모듈 공장은 지붕이 완료된 상태로 전기·배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벽이 패널로 이뤄져야 하지만 안정감을 위해 콘크리트로 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시 당국의 요청에 따라 공장의 한쪽 면은 콘크리트로 됐다. 모듈 공장부터 올해 12월 말 완공 이후,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태양광 모듈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인센티브도 가장 많기 때문에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북미 유일 태양광 통합 생산기지 ‘카터스빌’
공사장 한편에는 검은색의 긴 배관도 쌓여 있었다. 폭우가 왔을 때 일단 물을 담을 수 있도록 공사 현장에는 인공 연못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국 건설 규정 때문이었다. 인공호수에 가둔 물은 향후 차례대로 인근 지역으로 흘려보낸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은 새로운 구조물을 만들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설계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규제 강도가 국내보다 2∼3배 정도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모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폴리실리콘을 녹여야 한다. 녹인 폴리실리콘을 다시 기둥 모양의 덩어리로 만들면 태양광 전지의 기본이 되는 잉곳이 된다. 잉곳 공장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현장에는 콘크리트 형태의 좌대 176개가 설치됐다. 이 좌대 위에 올릴 전기로에서 기둥 모양의 잉곳이 생산된다.
이곳에서 생산한 잉곳을 두부처럼 자르면 태양광 셀을 만들기 좋은 상태인 웨이퍼가 된다. 웨이퍼 공장은 아직 뼈대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로, 배관 공사만 이뤄졌다.
웨이퍼를 연마하고 코팅하면 태양전지의 기본이 되는 태양광 셀이 완성된다. 이렇게 생산된 여러 개의 셀을 판에 고정해 전선으로 연결하면 태양광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는 모듈이 된다.
이날 셀 공장도 한창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셀 공장은 웨이퍼 공장보다 진척도가 높았지만 가장 마지막에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셀 공정이 가장 복잡하고 관련 규제도 까다로워 공사가 가장 늦게 마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공장 부지 끝에 위치할 부속 건물 공사는 아직 시작을 하지 못했다. 이곳에는 공장에서 쓰고 난 물을 정화하는 하수처리장과 남은 폴리실리콘을 재활용하는 설비인 ‘필터프레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카터스빌 공장 인근에는 한화솔루션의 자회사인 한화첨단소재의 EVA 시트 공장도 들어설 계획이다. EVA 시트는 습기와 먼지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태양광 셀을 보호하고 수명을 유지하는 핵심자재를 말한다. 1억4700만 달러가 투입된 EVA 시트 공장은 2024년 6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태양광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잉곳-웨이퍼-셀-모듈 등 4개 제품을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함에 따라 그만큼 IRA 보조금 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IRA에는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발전설비를 지을 때 투자금의 최대 30%에 대해 세금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자국산 제조역량 강화 차원에서 미국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사용하면 세금을 추가로 10% 공제해줄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모듈을 생산 중인 달튼 1·2공장까지 포함해 IRA 보조금 효과가 연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 카펫의 수도에서 태양광 중심으로
카터스빌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달튼은 한때 ‘세계 카펫의 수도’라 불렸다. 2019년 한화솔루션 태양광 모듈 공장이 들어선 뒤 달튼은 미국 재생에너지 전환의 상징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달튼 공장에서는 한화솔루션이 한국 진천 공장 등에서 생산한 태양광 셀에 EVA 시트, 유리, 프레임 등을 결합해 태양광 모듈을 생산한다. 여기서 생산된 모듈은 미국 전역에 공급된다.
달튼 1공장은 2019년부터 주야 2교대로 3개 라인을 24시간 가동 중이다. 달튼 공장에서 셀을 와이어로 연결하고 모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실리콘 등을 단단하게 굳히는 과정 등을 거쳐 모듈을 만든다. 자동화가 상당 부분 이뤄져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기까지 약 4시간이 걸리는데 라인 당 하루 생산량이 4300장이다. 1공장의 불량률은 0.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월부터 달튼 2공장의 4개 라인이 양산에 돌입함에 따라 한화솔루션 미국 내 모듈 생산 능력은 기존 1.7GW에서 5.1GW로 3배 늘어났다. 1공장에 비해 공장 자동화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달튼 2공장은 라인당 4900장의 모듈을 제작한다. 수백 여대의 장비와 로봇이 곳곳에 배치돼 자동으로 모듈을 제조함에 따라 생산량은 늘었음에도 기존 한국공장에 비하면 인력이 30% 정도 적다.
미 전역에서 태양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력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파견된 한화 주재원 23명을 포함해 현지 직원까지 달튼에서만 1700명이 근무 중이다. 현지 노동자의 경우 시급이 18달러로, 주변 공장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한화솔루션 측은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대규모 증설과 동시에 우수한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명문 조지아공과대학교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생 선발 및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솔라 허브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채용 전담팀을 구성해 현지 대학에서 인재도 모집 중이다.
미국 태양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게 되면 막대한 혜택을 부여함에 따라 직접 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병용 달튼 공장장은 “세금혜택을 누리기 위해 태양광 발전업체는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선호한다”며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한 업체는 늘어난 수요에 따른 판매 증가 이득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카터스빌·달튼 |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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