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있는 곳 맞아?” 방콕 빌딩숲 사이 놓인 거대 불상
올해 초 태국의 한 사진작가가 올린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이 사진에는 방콕의 빌딩숲 사이로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거대 불상과 사리탑이 놓여 있었다. ‘0년(Year zero)’ 등을 쓴 유명 작가 이안 부루마 바드대학 교수가 이 사진을 공유하며 “방콕의 믿을 수 없는 불교 사원”이라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이기 때문일까. 이 사진을 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방콕에는 저런 곳이 없다’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사진 아니냐’ ‘아니다. 실제 존재하는 곳이다’ 등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논란의 풍경이 실존하는지 확인하려 사진 댓글에 남긴 정보를 따라 15일 태국 방콕 중심부에서 서쪽에 있는 ‘왓빡남파시짜런(Wat Paknam Phasi Charoen)’ 불교 사원으로 향했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강을 넘어서자마자 불상의 진위 여부가 확인됐다. 사원 도착까지 5㎞ 남짓 남은 상황이었는데도 빌딩 사이로 거대 불상의 뒤통수가 또렷히 보인 것이다.
‘붓따 땀마카야 뗍 몽골(Buddha Dhammakaya Thep MongKol)’이라는 이 구리 불상은 지난 2017년 짓기 시작해 2021년 6월에 완공됐다.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이 사원 자체가 크게 유명하지 않았다 보니 태국 좀 안다는 네티즌들도 사진을 보고 갸우뚱한 것이다.
사원에 도착해 불상을 직접 보면 크기에 압도당한다. 이 불상 높이는 69m, 너비는 40m다. 무게는 741톤에 달한다. 20층 아파트(높이 56m)보다 크다. 불상 바로 뒤편에는 높이 80m에 달하는 거대 사리탑이 있다. 사리탑은 내부로 입장이 가능하다. 5개 층으로 이루어진 내부는 각종 불교 유물이 있는 박물관 등을 구경할 수 있다. 5층은 작은 사리탑이 놓였으며 천장과 벽면이 화려한 불교 벽화로 뒤덮였다.
태국 국왕의 지원을 받아 1610년 설립된 이 사원은 19세기 이후로 버려져 폐허에 가까웠다. 그러다 태국 불교 명상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루앙푸 소드 칸다사로(Luang Pu Sodh Candasaro·1884~1959년)가 이 사원을 수련·교육 장소로 삼으며 재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날 찾은 사원 내 사찰에는 수십명이 루앙푸의 모습을 본뜬 동상 앞에서 명상에 들어서 있었다.
사원의 끝자락에는 짜오프라야강에서 뻗어 나온 작은 강이 흐르고 있다. 수상 가옥이 늘어선 강가에서 엄마 품에 안겨 잉어들에게 빵 조각을 던지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불상으로 유명세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일까. 주말 오후임에도 사원은 한적했고 해외 관광객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원 입장은 무료이며 24시간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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