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유일 3세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이지놈'… "비결은 이것"
조서애 대표 "남들 2세대 고집할 때 3세대 방식 개발"
프로바이오틱스 인증제도 PCC 개발… "저품질 제품으로 소비자 보호해야"
"데이터의 힘이 가장 중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목표"
2006년 네이처(Nature)에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된다. 무균 상태의 쥐에게 비만 쥐의 장내 미생물을 주입하니 뚱뚱해졌다. 마른 쥐의 장내 미생물을 주입 당한 쥐는 야위어갔다. 장내 미생물 상태가 단순히 장 건강뿐만 아니라 여러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패러다임이 바뀐 순간이었다.
조서애 이지놈(eGnome) 대표가 마이크로바이옴 진단 사업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장 질환을 넘어 비만, 당뇨, 치매 등 인간의 거의 모든 질환에 관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에 가능성을 느꼈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이지놈은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조 대표는 "남들이 2세대 NGS 서비스로 시작할 때 3세대 방식을 고집해 개발한 게 비결이었다"고 설명했다.
NGS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이다. 인간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에도 NGS가 사용된다. 이지놈을 제외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업들은 2세대 방식을 사용한다. 조 대표는 "전 세계에서 3세대 NGS 서비스를 유일하게 상용화한 게 이지놈이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3세대 분석 방식은 2세대보다 해상도가 약 100배 더 좋다"며 "2세대로 미생물을 검출하면 해당 미생물이 유익균인지, 유해균인지 정확한 판별이 불가능하지만 3세대로 분석할 경우 유익균·유해균 구별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세대 마이크로바이옴 NGS 분석으로 장내 미생물을 검사하면 '속'(Genus) 수준까지만 검출된다. 가령, 2세대 방식으로 장내 미생물을 분석했더니 '스트렙토코커스'라는 균이 나왔다. 그러나 스트렙토코커스에는 사람에게 좋은 유익균도 있고, 반대로 해로운 유해균도 존재한다. 2세대 방식으로는 이 수준까지 알아낼 수 없다.
3세대 NGS 방식은 '종'(Species) 수준까지 분석할 수 있다. 같은 스트렙토코커스를 검출한다고 해도 해당 균이 '스트렙토코커스 써모필러스'인지, '스트렙토코커스 뉴모니아'인지 구별할 수 있다. 써모필러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고시한 19종 유산균 중 하나다. 뉴모니아는 폐렴구균이라고도 불리며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조 대표는 "2세대 유전체 분석으로는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향후 맞춤형 헬스케어와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세계에 유례가 없는 방식이라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이 오로지 이지놈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이지놈의 자체 플랫폼 'EG-미러'다. 3세대 NGS 분석을 가능케 하는 분석 소프트웨어이자 데이터베이스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까지 이루겠다는 게 이지놈의 장기 계획이다.
이지놈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은 300여개 병원에서 서비스 중이다. 3세대 방식의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2세대 방식의 타사 진단 서비스와 시장 가격을 비슷하게 맞췄다. 오히려 조 대표는 "진단 서비스는 솔직히 무료로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진단 서비스를 통해서 개인의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데이터가 가진 힘이 가장 크고, 그게 주된 목적이다"며 "이렇게 쌓인 데이터가 나중에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까지 만드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와 공동으로 개발한 PCC(프로바이오틱스 균종 확인 프로그램)도 이지놈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어떤 균종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확인해 인증하는 제도다. 저품질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PCC가 향후 프로바이오틱스의 품질을 검증하는 주요 척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현재 PCC 인증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식약처가 권장하고 있다"며 "이지놈이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현재까지 총 113개 제품이 PCC 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어떤 균이 들었는지 소비자의 알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놈은 '연구 중심' 기업이다. 현재 박사급 7명, 석사급 11명의 인재를 보유했다. 총 73건 정부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지금은 질병관리청·대한결핵학회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결핵 치료 보조제를 연구하고 있다.
과학계의 권위 있는 네이처·사이언스 등에 논문 5편을 게재했다. 그중 4편이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SCI급 논문은 115편 게재했다. 전체 평균 임팩트팩터(피인용 지수)는 6.82다.
조 대표는 "100여편 논문의 평균이 6.82라는 건 엄청난 수치이다"며 "유수의 대학, 연구소에서도 달성하기 힘든 수치이다"고 강조했다.
이지놈의 연구 노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올해 일본의 프라우드메드에 반려동물 NGS 진단 검사 기술을 이전했다. 내년에는 인간 대상 마이크로바이옴 진단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또 지난 7월 제주 국제녹지병원에도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기술을 이전했다. 독일과 미국, 말레이시아와도 기술이전을 논의 중이다.
조 대표는 "올해는 기술이전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며 "2026년까지 28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사업 규모 확대와 사세 확장을 위해 외부 투자유치·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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