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실전을 눈앞에 둔 전설들, 감춰둔 승부욕을 꺼냈다
“여기서 끊을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유창혁 9단)
“이야. 정말 이판사판으로 두는구만?”(서봉수 9단)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들이 오랜만에 연구실에 모였다. 오랜만의 실전 대국을 앞에 두고 한동안 가슴 깊이 숨겨뒀던 승부욕이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17일 중국 베이징의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제1국은 중국과 일본의 대결로 진행됐다. 중국에서는 류사오광 9단이, 일본에서는 야마시로 히로시 9단을 4장으로 나서 대국에 임했다.
올해 처음으로 막을 올린 농심백산수배는 한국과 중국, 일본 바둑의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여 최강의 국가를 가리는 시니어 대회다. 한국에서는 조훈현 9단, 서봉수 9단, 최규병 9단, 유창혁 9단이 대표로 출전했고 중국은 녜웨이핑 9단, 류샤오광, 차오다위안 9단, 마샤오춘 9단이 나섰다. 일본은 야마시로, 다케미아 마사키 9단, 히코사카 나오토 9단, 요다 노리모토 9단이 대표로 나섰다.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쟁쟁한 이름들이다.
후배들에게 연구실을 물려주고 한동안 한국기원에 발길이 뜸했던 전설들도 오랜만에 모여 예전 승부욕을 되살렸다. 대국이 한창인 가운데 연구실에서 검토하기 바빴다. 18일 한국의 4장으로 나서는 서봉수를 지원하기 위해 든든한 후배들인 최규병과 유창혁이 함께했다. 이들은 수시로 돌을 놨다 뺐다 하며 수를 분석하기 바빴다.
연구실 한편에서는 중국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인 녜웨이핑이 화쉐밍 중국바둑협회 부주석과 쉴새없이 말을 주고받으며 부지런히 검토를 이어갔다. 워낙 인기인이다보니 부채를 들고 찾아와 사인을 요청하는 관계자들도 여럿 보였다.
한편 류사오광과 야마시로의 대국은 류사오광이 초반 불리함을 딛고 211수 만에 흑 불계승을 따내며 마무리됐다. 18일 같은 장소에서 서봉수가 류사오광과 맞대결을 펼친다.
베이징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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