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내 이사하려다 '불허' 시끌…"과잉규제 풀고 공급 늘려야"
[편집자주] 2020년 6월 잠실·대치·청담·삼성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2021년 4월에는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동이 추가로 지정됐다. 이들 지역은 지금까지도 부동산 거래 시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투기 차단에 효과적이었다는 긍정 평가와 사유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맞서는 가운데, 서울시가 3년 만에 규제 완화에 나선다. 지난 3년간의 정책 효과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짚어본다.
아파트 등 주거용 시설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요원해보인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라는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고 과도한 재산권 침해와 거래 위축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차라리 규제를 풀고 서울 핵심 지역에 공급을 활성화해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주거용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가능성에 대해 "전체적인 부동산 동향과 정부의 정책 등 거시적인 차원에서 두루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대신 "집값은 문재인 정부 초기 정도로 회귀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대권 도전을 노리고 있는 오 시장 입장에서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 우려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어 당분간 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문제는 언제까지 유지할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원래 신도시, 산업단지 등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해당 지역의 땅값이 오르기 때문에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사업 추진이 지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일시적인 용도의 제도다. 계속 연장되면서 헌법으로 보장된 주거 이전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실제로 실수요자가 평수를 늘려 이사하기 위해 해당 구청에 허가를 받는데 더 넓은 아파트로 옮길 필요가 없다며 담당 공무원이 불허해 이슈가 된 적도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최대 5년까지지만 무한반복이 가능하다. 서울시장 명령으로 지정된 허가구역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시 지정하면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제한적인 '과잉규제'라고 지적한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재건축·재개발은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지만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때문에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의 모든 주택 거래를 제한하는 건 지나친 과잉 행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집값 안정화의 도구를 삼는 것도 제도 취지에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은 재건축 등 지역을 세부적으로 분리하는 것도 없이 무차별적인 규제는 바람직한 정책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해도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이 이뤄지고, 해제하더라도 예전처럼 집값 급등의 우려가 낮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해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엔 서울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도 집값이 다 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시장이 아니다"라면서 "고금리로 인한 집값 상승과 거래가 제한적이고 재건축 시장도 추가 분담금 때문에 진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은 계속 진행되는 이슈인데 재건축 단지라는 이유로 거래를 제한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해제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서울 도심 핵심지에 공급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화를 위해 긍정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 정권이 그동안 집값이 오른다는 이유로 계속된 규제를 반복하면서 오히려 집값은 뛰고 장기간 공급은 위축됐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면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시장이 살아나고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집값은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언젠가는 해제가 필요한 규제인데 거래량이 제한적일 때 해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핀셋 규제로 지역 전체가 아닌 투기 수요가 높은 일부분만 토지거래허가제로 묶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토지거래허가제를 정교화해 구역 전체가 아닌 특정 투기를 정조준해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을 부여하자는 내용이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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