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횡령 사고, 당국에 보고 안해"...이복현 "묵과할 수 없다"
17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을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국정감사(국감)에서 금융권 내부통제 허점과 불법 공매도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현장 국감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금융사고 발생시마다 당국은 내부통제 방안을 발표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사고가 발생했다"며 "우리은행의 경우 8년간 700억원을 횡령하는데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금감원은) 발표만 하고 있고 (범죄는) 갈수록 대담해지고 금액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남은행 3000억원 횡령사건 경우 담당 직원이 대출 초기부터 집행, 사후관리까지 다 한다"며 "은행 내부에서 장치를 마련한다 해도 쉽지 않다.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나 금감원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오랜기간 과유동성이 지속된 상황에서, 조금 더 흐트러진 윤리의식 내지는 이익 추구 극대화 현상이 표출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난해 말 저희가 내부통제 혁신방안 발표했는데 2025~2027년까지 내부 인력 확충이랄지, 전산시스템 등 도입 와중에 과도기적으로 여러가지 것들이 터지고 있어서 저희도 조사 검사 능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또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의 반복적이고 중대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실패에 대해선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최근 미래에셋증권 소속 한 프라이빗뱅커(PB)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례를 예로 들며 보고체계의 문제점을 짚었다.
황 의원은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금융사고 발생시 기관에서 보고부터 잘 이뤄지는 게 첫번째"라며 "(미래에셋증권 사례는) 금액도 734억원이라 굉장히 크다. 금감원은 언제 보고를 받았나"라고 물었다.
황 의원은 애초 이 사건이 횡령 건이 아닌 피해자들이 부당이득 반환을 요청한 민사소송 제기건으로 금감원에 보고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민사소송만 당했다고 보고하고 이같은 금융사고에 대해선 보고를 안했다"며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이런 경우 어떤 제재를 할 수 있나, 이렇게 보고 안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어쨌든 '안 들키면 그만'이라는 식"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만약 본인들도 명백하게 횡령 건임을 알고도 6개월 이상 보고를 지체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묵과할 수는 없다"고 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주 정무위에서 불법 공매도를 뿌리뽑고 투명성을 높여 달란 국민동의청원이 접수됐다. 개인투자자들의 요청은 두 가지"라며 "차입 가능한 수량이 없으면 매도가 불가능하도록 전산화해달란 것이고 둘째는 기관과 외국인의 상환 기간을 무제한 연장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전산시스템 구축에 대해 금융위원장께선 어렵다, 내지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는데 금감원장님 의견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 건은 개별 건으로 보기에 시장 교란 행태가 커 근본적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전산화 관련 사견임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최소 우리 거래소의 회원사로 들어있는 증권사들이 해당 주문을 넣는 외국계랄지, 어떤 고객들의 대차 현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한 다음에 주문하는 게 적절치 않나란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게 전산화 형태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정부 당국 내부에서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과 같은 경우 대차거래에 대해 (상환) 기한 제한을 두는 입법례도 있다"면서도 "단 그것이 외국인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면서 제도를 도입하기엔 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론장으로 끌어올려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이 대목에서 "청원소위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며 "공매도 상환기일 제한 관련 취지에만 동의하시나, 상환기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단 것에 동의하시나, 명확히 말해달라"고 했다.
이 원장은 "과거 입법례에 따라서는 180일로 한정되는 것도 있고 다양한 예들이 있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무엇이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역전세난 현상 심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관련 우려도 제기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전세자금 반환대출이 가파르게 증가 중"이라며 "17개 시도별 전세자금 반환대출 내역을 보니 서울이 5만6000건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가 5만3000건, 그리고 부산, 인천 순이다. 수도권이 취급 건수가 전체 74.2%에 달하고 취급액 기준으로도 전체 80%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전세자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를 지난 7월27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시민단체에선 이같은 완화가 가계부채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며 "올해 가을, 내년 봄 이사철 전세자금 반환대출 수요가 증가할 걸로 보이고 그럼 추가적 규제완화도 검토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원장님 생각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은 "우리 차입자들의 여러 어려움, 주택시장 수급 문제, 가계부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증권사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연체율 관리 문제도 언급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증권사 PF 연체 잔액이 5조5000억원이며 연체율이 17.28%로 심각하다"며 "부동산 시장,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서진욱 기자 sjw@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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