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음식만 먹고 1년간 버티기…"더 밝고 젊고 가벼워졌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매일 산과 들 돌아다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오늘부터 나는 마트 대신 숲에 가기로 했다."
하루 이틀의 호기가 아니었다. 1년간 그런 생활을 하기로 약초연구자 모 와일드는 결심했다.
그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제철 야생식을 먹으며 채취의 역사와 요리의 진화를 추적해보고 싶었다"는 명확한 동기가 있었다. 50대에 약초학 석사 학위를 받은 만학도인 그는 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간단한 원칙을 정했다.
"야생식만 먹고, 돈은 쓰지 않는다. 모든 식량은 채취, 사냥, 선물, 물물교환으로 얻거나 내 기술과 교환한 대가여야 한다. 직접 유기농으로 풀어 키운 암탉의 달걀은 섭취하며 겨울철에는 미리 채취해 냉동·건조한 건 먹을 수 있다."
야생식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보기로 했다. 대변 표본을 의료 기관에 주기적으로 보내고, 체중과 근육 비율, 혈중 산소 수치도 정기적으로 체크하기로 했다.
그는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나서 11월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이듬해 블랙프라이데이까지 꼬박 1년간 실험을 진행했다.
시작부터 쉽진 않았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이어서 아직 얼지 않은 분홍쇠비름 잎을 따고, 땅감자를 채취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그런 노력 끝에 꽤 많은 음식을 저장했다. 그러나 피클을 곁들인 고기에 매일 반 줌씩인 견과류와 말린 베리를 먹는 건 지긋지긋한 일이었다. 이웃이 잡아다 준 사슴고기가 없었으면 기나긴 겨울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봄이 다가오자 비축해둔 견과류와 곡물이 빠르게 바닥났다. 보릿고개였다. 탄수화물 섭취가 줄었다.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그는 식욕도 기력도 잃었다.
춘분이 지나자 마침내 땅이 녹았다. 그는 신선한 버섯요리를 먹으며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각종 샐러드 거리가 풍부해 비타민 섭취가 용이해 졌다.
만물이 자라는 여름은 의외로 먹거리 구하기가 힘들었다. 야생에서 구할 수 있는 당분과 지방은 없었다. 고장에서 일 년 내내 구할 수 있는 고열량 음식은 야생동물과 생선뿐이었다.
"배고프다. 배고프다. 배고프다. 집에 음식이 있긴 하지만 오늘은 버섯이나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 내 몸이 지긋지긋하다며 거부한다. 견과류, 베리류, 봄에 먹던 싱싱한 푸성귀가 그립지만, 이제 식물들은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데 집중한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가을은 가장 바쁜 계절이다. 헤이즐넛도 따고, 어수리 씨앗도 모아야 한다. 그렇게 겨울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블랙프라이데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모 와일드가 쓴 '야생의 식탁'(원제: The Wilderness Cure)은 겨울, 봄, 여름, 가을 4계절을 제철 음식으로 버틴 한 약초학자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자연과 더욱 연결됨을 느끼고, 몸도 더 건강해졌음을 깨닫는다.
제철 음식을 먹으며 그의 몸은 튼튼해졌다. 실험에 착수하기 전 그는 비만에 가까웠는데 1년간 31㎏을 빼는 데 성공했다. 장내 미생물 검사 결과, 미생물 민감도도 올라갔다.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다양한 박테리아 종이 급격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는 항생제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지 않는 이상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한다.
또한 당뇨병에 시달리던 저자의 친구는 이 프로그램에 동참하자 3개월 만에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날씨가 좋든 나쁘든 무조건 산과 들을 돌아다녀야 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고 유례없이 건강하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새로워진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더 밝고 젊고 가벼워진 기분이다……가이아의 엄청난 치유와 균형 회복 능력을 깊이 깨달으며 스스로 겸손해지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부키. 신소희 옮김. 42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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