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출신이 창업한 퀄리타스반도체, 제2의 파두될까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전세계 7번째로 100기가급 서데스 생산기술 확보, 시가총액 1530억원 도전
반도체 설계자산(IP)으로 돈을 버는 팹리스 기업들이 잇달아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반도체 팹리스 중 국내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데 이어 지난 8월엔 데이터저장장치(SSD)용 컨트롤러를 개발한 파두가 기업가치 1조5000억원으로 상장했다. 지난달 세계 최대 IP 기업인 영국 ARM도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달에는 시스템 반도체 IP 개발기업인 퀄리타스반도체가 코스닥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팹리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출신들이 설립한 팹리스
2017년 설립된 퀄리타스반도체는 반도체 개발회사에 인터페이스 IP를 제공하고 IP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반도체 IP란 반도체를 설계할 때 반도체 칩에 구현될 수 있도록 기능적으로 미리 만들어진 블록을 의미한다. 반도체 칩은 기능에 따라 여러 블록으로 나뉘어 있는데, 직접 개발이 어려운 일부 블록에 미리 만들어진 IP를 사용한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시스템 간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송수신하는 초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을 기반으로 IP를 개발하고 있다.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맞는 아날로그 설계 기술을 비롯해 공정 및 물성 이해, 설계 검증 기술, 양산성 검증 기술, 세트 레벨 설계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 사업은 반도체 IP 라이선싱과 IP 디자인 서비스 사업이다. 반도체 IP 라이선싱은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인터페이스 부분 회로를 설계하고 설계도면, 사용설명서, 동작 특성 검증 결과 등을 포함한 지식재산권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IP 디자인은 인터페이스 IP와 핀펫 공정 등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IP를 개발해주는 것이다. 이 분야는 최근 AI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삼성전자 출신의 공학박사들이 설립했다. 삼성전자 인터페이스 IP 개발 업무를 담당한 김두호 대표를 비롯해 이재철 CIP 팀장, 성창경 SIP 팀장, 최광천 AE 팀장 등 주요 임원들이 삼성전자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전체 직원 136명 가운데 85%가량이 기술 인력이다. 삼성전자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19년부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태계 ‘세이프(SAFE) IP’ 파트너로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고객인 팹리스 기업과 디자인하우스들을 반도체 IP 라이선싱 판매처로 확보했다. 이 생태계가 활성화될수록 판매처가 늘어날 수 있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업계 최고 수준의 ‘서데스’(SERDES) 생산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데스는 인터페이스 IP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 칩 내 데이터 전송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회사는 국내 최초로 100기가급 서데스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미국 시놉시스 등 글로벌 대기업에 이어 7번째다.
초고속 인터커넥트를 위한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는 시놉시스, 케이던스, 램버스, 알파웨이브 세미, 크레도 등이 있다. 미국과 영국 기업들이 글로벌 팹리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퀄리타스반도체 외에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없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 적용되는 초고속 인터커넥트 반도체 설계 분야 MIPI, PCIe 규격 등의 IP를 개발해 양산한 이력도 있다. 올해 초 기술성 평가에서 2곳의 전문기관으로부터 각각 AA등급과 A등급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저전력 특성을 만족하면서 높은 데이터 전송률을 보이는 고성능 회로 설계 기술을 확보해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국내에는 경쟁사가 없어 시장 선점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 대비 낮은 공모가 매력
퀄리타스반도체는 이번 코스닥 상장으로 총 180만주를 신주로 모집한다. 희망 공모가격 범위는 1만3000~1만5000원, 공모 예정 금액은 234억~270억원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1325억~1529억원이다. 10월 13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18~19일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예정일은 27일이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퀄리타스반도체는 기업가치 산정 시 주가수익비율(PER) 26.11배를 적용했다. 비교 기업은 대만 AS미디어테크놀로지, 아이티이테크놀로지, 미국 맥스리니어 등 3곳을 선정했다. 국내 팹리스 회사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및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을 낸 탓에 최종 비교 기업군에서는 제외했다.
증권가는 퀄리타스반도체의 공모가가 경쟁업체 대비 낮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공모 당시 PER 38.52배를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적자 상태였지만 미국 케이던스, 시놉시스, 대만 M31 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고평가 논란도 일었다. 그 결과 수요예측에서 흥행이 저조했고 결국 공모가를 희망 가격(1만5000~1만8000원)보다 낮은 1만원으로 내렸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상장 이후 3개월간은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며 부진했으나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달 들어 주가는 1만6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시가총액은 3500억원대다.
실적은 퀄리타스반도체가 우위에 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이 253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해 1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173%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37억원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R&D) 비용 탓에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나 적자 폭은 매년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60억원, 영업손실 30억원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IP 라이선싱 등을 통해 2025년부터 순익이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기업가치가 절반 수준인 데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최근 시장에서 팹리스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모자금은 고부가가치 IP 개발 및 포트폴리오 강화 등에 사용한다. 희망공모가 하단 기준 공모금액은 234억원이다. 이 중 153억원을 연구개발 자금으로, 나머지 74억원은 공정장비, 측정장비, 서버 및 PC, 보안시스템 증설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2026년까지 연구개발 인력도 208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 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설계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첨단산업의 전 분야에 회사 IP 솔루션을 접목해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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