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문 등 사진작가 막스마라 이념 잘 살려[류서영의 명품이야기]
류서영의 명품이야기
막스마라③
패션 역사학자 아델하이드 라쉬(Adelheid Rasche)는 “막스마라의 광고에서는 하나의 상품을 넘어선 진정한 여성성을 발견할 수 있다”며 “막스마라는 강한 설득력을 가진 광고를 통해 여성들의 마음을 이끌어 냈으며, 여성들을 패션업계의 최종 소비자이자 충성고객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막스마라는 1958년 유명 광고 포스터를 시작으로 1970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사라 문과 작업을 했고, 1980년대에는 미국의 대표적 사진작가이자 영화제작자인 아서 엘고트와, 1990년대엔 미국의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과 광고사진 작업을 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사진작가 사라 문은 모델 출신으로 까사렐(프랑스 유명 의류 브랜드)의 광고사진을 촬영해 유명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녀는 스토리가 있는 시선과 차별화된 느낌으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하고, 초기의 사진은 부드러운 초점으로 아주 몽환적이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그녀는 크리스챤디올, 꼼데가르송, 이세이 미야케와 작업했다.
섬세하고 몽환적, 기존 패션사진 편견 깨
그녀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사용하고 후보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이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2009년 사라 문의 사진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전시회에서 ‘이미지의 마술사’로도 평가받는 그녀의 작품들은 기존의 패션사진의 편견을 부수기에 충분히 섬세하고 몽환적이었다. 사라 문은 1976년엔 막스마라의 광고사진을 촬영했다(사진①).
막스마라의 광고사진을 촬영한 아서 엘고트는 패션잡지 보그와의 작업으로 유명한 사진작가이다. 1971년 영국 보그 잡지에 그의 상징적인 ‘스냅샷’스타일과 자연광에 움직이는 대상에 대한 강조가 패션 사진 업계에 신선함을 주었다. 그의 새로운 사진 스타일은 패션 업계에 가히 혁명적이었다. 입술 위에 검은 점이 트레이드 마크로 알려진 슈퍼모델 중 한 명인 신디 크로퍼드를 모델로 1988년 촬영한 광고 이미지는 막스마라의 특징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사진②).
같은 해 막스마라는 피터 린드버그와도 광고 작업을 했다. 피터 린드버그는 폴란드 출신의 사진작가다. “어떤 사진작가들은 잡티나 주름을 지운 사진 속 여성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화려한 배경이나 메이크업보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인물의 감성과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슈퍼모델들의 화장기 없는 자연스러운 흑백사진들은 그의 명작들이다. 그는 “사진작가로서 내 임무는 인물을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진의 매력으로 “개인적인 관점이나 의견을 사진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주근깨가 많은 모델을 촬영할 당시 “흐트러진 머리에 화장기 없는 저 얼굴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내 눈에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것이 저 사진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는 내 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 보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범죄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그런 여성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건 완전히 인공적이잖아요.”
“현실을 취하여 예술을 만드는 것”
1993년 사진작가 막스 바두쿨이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결혼한 카를라 브루니를 모델로 찍은 사진도 유명하다(사진③). 보도 사진작가로 저명한 그는 “현실을 취하여 예술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흑백사진의 대가인 그는 1984년 일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의 패션사진 작업을 처음으로 했다. 그의 나이 22세였다. 그후 그는 테레사 수녀, 믹 재거, 노벨상 수상자 40명의 초상 사진을 찍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출신의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은 마돈나의 사진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보그 이탈리아와 20년 넘게 표지와 주요 사설 사진 작업을 했다. 파슨스에서 패션 일러스트를 전공한 그는 영화배우 피비 케이츠의 사진을 찍으면서부터 사진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2008년 7월 보그 이탈리아에 전체 흑인 모델들만 촬영한 사진이 마이젤의 작업이었다. 패션산업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였고, 잡지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당시 마이젤은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저는 패션이 완전히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은 (사진으로) 가끔 더 큰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쇼를 본 후에 그것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이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무대에 올릴 모델로) 여전히 한 명 또는 두 명의 흑인 소녀밖에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그게 나에겐 슬픈 일입니다.”
필자가 본 패션사진 중 가장 큰 충격적인 사진을 꼽으라면 마이젤의 작품이 아닐까 한다. 마이젤의 작품은 인종차별, 성형 중독, 문화적 자기 흡수와 같은 사회문제를 다루며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2007년 사진 중 이라크전쟁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이너 의상을 입은 모델이 군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묘사한 사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또한 그는 패션계의 매너리즘과 사치에 대해서도 풍자했다. 1997년 스티븐 마이젤은 당시 슈퍼모델 중 한 명인 린다 에반젤리스타를 모델로 막스마라의 패션 사진을 촬영했다(사진④).
이외에도 사진작가 리처드 애버던, 크레이딘 맥딘, 마리오 소렌티, 윌리엄 웨그먼이 막스마라의 브랜드 이념을 표현하기 위해 광고 캠페인을 함께했다.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