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도 힘들다, 질 나쁜 애 아냐”…지적장애인 성폭행한 10대 두둔한 판사

“지적장애인이니까 일반인처럼 인지하지 못했을 것”

클립아트코리아

 
재판을 맡은 판사가 엄벌을 요청하는 성폭행 피해자 가족에게 “피고인 가족도 힘들다”며 합의를 종용했다는 제보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KBS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정 모 (17) 군의 결심 재판에서 담당 판사가 피해자들에게 ‘정말 질 나쁜 애는 아니다’, ‘돈 받아서 하고 싶은 것 해라’고 말하는 등 합의를 종용했다.

정 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인 여성을 공원 화장실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이후 피해자는 여러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해 한때 폐쇄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가족 모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결심공판에서도 가해자를 직접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피해자를 대신해 그의 언니 A씨가 법정을 찾았다.

A씨는 재판부에 정 군을 엄벌해달라고 호소했지만, 판사는 “피해자 가족도 힘들겠지만 피고인 가족도 힘들다”며 “피고인 나이가 어린데 합의해 줄 수 없냐”고 두둔하고 나섰다.

합의 의사가 없다고 하자 판사는 재차 “돈 받아서 동생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해 주면 좋지 않겠냐”고 종용했다. 더불어 “민사 소송을 하려고 합의를 안 하냐. 소송 비용만 들고 보상 금액이 적은데 지금 합의해 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 군이 정말 질 나쁜 애는 아닐 것”이라고 하거나, 피해자를 향해서는 “지적장애인이니까 일반인처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검찰이 징역 6년의 중형을 구형했음에도, 재판부는 형사처벌 대신 정 군을 소년부로 송치하는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7월 법정에서 판사가 한 말로 2차 피해를 보았다며 대법원에 진정을 제기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같은 해 8월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재판 진행이나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 침해구제 1위원회는 재판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피해자 측의 인권이 침해된 사실을 인정하고, 법원행정처장에게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해당 판사가 법관의 재판은 인권위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절차나 소송지휘에 필요한 발언이 아닌 당사자를 모욕하거나 명예를 실추하는 발언은 허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이처럼 법관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과 관련해 대법원 윤리감사1심의관실이 접수한 진정은 모두 17건이다. 총 17건의 진정 모두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 내 단순 종결됐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